초기 창업기업과 영세기업에게 가장 큰 장벽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공간이다. 임대료 부담, 교통 접근성, 네트워킹 부족은 사업 지속성을 위협하는 현실적인 문제로 꼽힌다. 이런 구조적 한계를 공공이 직접 보완하는 실험이 서울 서남권에서 본격화됐다. 양천구가 공공이 조성하고 운영하는 ‘공공형 공유오피스’를 개관하며 22개 기업과 함께하는 성장 동행을 시작했다.
![]() [코리안투데이] 양천공공오 개관식에서 인사말 중인 이기재 양천구청장(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양천구는 17일, 창의적이고 유망한 창업기업과 소규모 기업의 안정적인 활동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양천 공공형 공유오피스’를 공식 개관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해당 시설은 9호선 염창역 인근 목동 515-5번지에 위치한 민간 기부채납 시설을 활용해 조성됐다. 지상 2층부터 4층까지 연면적 1,902㎡ 규모로, 교통 접근성과 업무 효율성을 동시에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번 공유오피스는 단순한 사무공간 제공을 넘어, 공공이 직접 개입해 창업 생태계의 초기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정책적 의도가 담겨 있다. 실제로 양천구는 관내 기업의 약 92.5%가 매출 5억 원 이하의 영세기업이라는 지역 산업 구조를 바탕으로, 민간 공유오피스 이용이 어려운 기업을 위한 대안 모델을 설계했다.
시설 구성은 입주기업의 실제 업무 흐름을 고려해 다층적으로 짜여 있다. 2층에는 개방형 코워킹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소규모 회의를 위한 미팅룸, 강연과 대규모 회의가 가능한 컨퍼런스룸이 마련됐다. 여기에 카페테리아, 라운지, 우편실 등 업무 외 편의시설도 함께 조성돼, 단순 근무 공간을 넘어 교류와 휴식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이 공간은 입주기업 간 협업과 네트워킹을 촉진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맡는다.
3층과 4층에는 총 22개의 독립형 사무실이 들어섰다. 3인실 6개, 4인실 8개, 6인실 4개, 8인실 4개 등 기업 규모에 맞춘 다양한 타입으로 구성됐다. 모든 사무실은 책상, 의자, 서랍장이 기본 제공되는 독립 구조이며,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이는 시간 제약이 잦은 스타트업과 프로젝트 기반 기업의 업무 특성을 반영한 조치다.
입주기업은 지난 5월부터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됐다. 사업성, 성장 가능성, 지역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최종 22개 기업이 입주했다. 입주 기간은 기본 1년이며, 성과 평가를 거쳐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용료는 민간 공유오피스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책정돼, 초기 자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양천구는 공간 제공에 그치지 않고, 입주 이후의 성장 단계까지 염두에 둔 운영 전략을 마련했다. 입주기업 간 협업 프로젝트 발굴, 네트워킹 프로그램, 지역 기업과의 연계 사업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공유오피스 입주기업이 지역 내 기술·서비스 혁신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단순 입주를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번 공공형 공유오피스는 행정이 직접 시장에 개입하되, 경쟁을 왜곡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고가의 임대료를 낮추는 대신, 일정 기간 성장의 발판을 제공하고 이후에는 민간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설계된 ‘인큐베이팅형 공간’에 가깝다. 공공이 리스크를 분담하고, 성과는 민간과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구조다.
양천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목교 KT 부지와 우체국 신축 부지에도 추가 공공형 공유오피스 조성을 계획 중이다. 이는 단일 거점이 아닌, 권역별 창업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교통, 주거, 업무가 밀접하게 연결된 생활권 중심으로 공유오피스를 확장해, 창업과 일자리가 지역 안에서 순환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공공형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22개 기업의 성과는 곧 양천구 창업정책의 미래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며 “입주기업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역량을 키워, 또 다른 기업의 롤모델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유오피스는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특히 공공형 공유오피스는 지방정부의 산업 정책과 직결되는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양천구의 이번 시도는 공간 지원을 넘어, 지역 경제의 체질을 바꾸려는 실험에 가깝다. 창업의 성공 여부는 결국 사람이 결정하지만, 그 사람이 버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은 행정의 역할이다. 염창역 인근에서 시작된 이 작은 공간이, 양천구 창업 생태계의 다음 장을 여는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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