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권리를 도시 행정의 중심에 놓는 일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양천구가 국제기구의 엄격한 기준을 다시 한번 통과하며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평가를 재확인받았다. 단발성 사업이 아닌 구조적 변화와 지속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재인증의 의미는 작지 않다.
![]() [코리안투데이]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재인증 획득 기념촬영 중인 이기재 양천구청과 아이들 |
양천구는 지난 10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재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2019년 최초 인증 이후 약 5년간 추진해 온 아동 정책의 성과와 지속 가능성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정받은 결과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는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을 토대로, 아동의 생존·보호·발달·참여 권리가 행정 전반에 반영되는 도시를 대상으로 부여되는 국제 인증이다.
재인증 절차는 최초 인증보다 한층 강화된 기준으로 진행된다. 단순히 제도나 계획의 존재 여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책이 아동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 효과가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아동친화도 표준조사, 아동과 주민 의견 수렴 과정, 유니세프 권고사항 이행 여부, 중장기 정책 계획과 성과 지표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양천구는 정책 결정을 위한 근거 확보,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구축, 아동 참여 확대, 행정서비스의 효과적 조정, 아동친화적 공간 조성이라는 유니세프의 5대 목표를 중심으로 행정을 설계해 왔다. 특히 아동친화도 표준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지역 아동의 생활 실태와 욕구를 데이터로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구조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동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정책의 주체로 바라보는 시도도 주목받았다. 아동참여위원회와 청소년참여위원회를 통해 아동과 청소년이 직접 정책 제안과 평가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통학로 안전 점검, 놀이 공간 개선, 생활권 안전 정책 등에 실제 의견이 반영됐다. 이는 형식적 참여를 넘어 일상에서 체감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생활권 중심의 아동 정책 역시 재인증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양천구는 보육타운 조성, 테마놀이터와 자연친화적 놀이공간 확충, 서울형 키즈카페 운영 등 아동이 가까운 거리에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꾸준히 늘려왔다. 여기에 밤샘 어린이집과 키움센터 운영을 통해 맞벌이 가정과 돌봄 공백 문제를 보완하며, 가정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병행했다.
교육 환경 개선도 중요한 평가 요소였다. Y교육박람회 개최, 권역별 미래교육센터 조성 등은 아동과 청소년이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단기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성장 과정 전반을 고려한 교육·돌봄 연계 정책이라는 점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방향성이 인정받았다.
재인증을 계기로 양천구는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적용될 ‘아동친화도시 4개년 계획’을 새롭게 수립했다. 계획은 아동권리 존중, 안전한 인프라 확충, 행복한 가정생활 지원, 교육환경 조성 등 4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총 32개 중점 사업이 단계별로 추진된다. 이는 기존 사업의 연장이 아니라, 정책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실행 중심의 로드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앞으로의 계획은 아동 정책을 특정 부서의 역할로 한정하지 않고, 도시 전반의 행정 시스템 속에 녹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전, 복지, 교육, 도시 환경, 문화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통해 아동이 일상 속에서 권리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이번 재인증은 2019년 최초 인증 이후 아동의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행정의 중심에 두고 꾸준히 정책을 추진해 온 결과”라며 “앞으로도 아동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촘촘한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아동친화도시 인증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양천구의 재인증은 ‘아동을 위한 도시’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행정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4년간 추진될 아동친화도시 계획이 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그리고 그 성과가 다시 한 번 국제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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