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팔을 잃은 청년, 사랑으로 일어서다
한 팔을 잃은 청년,
사랑으로 일어서다
불행의 깊이만큼 깊어진 행복
30분간의 침묵이 만든 기적
장래가 촉망되던 육군 소위 조서환은 부하의 실수로 오른팔을 잃는 비극을 맞았다. 병원 침대에서 그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아직도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그 순간 그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불굴의 거인’이 깨어났다. 한 팔로 하나로 샴푸, 2080 치약, 영상통화 앱을 개발하며 KTF 부사장, 애경산업 이사를 거쳐 세라젬 헬스앤뷰티 대표가 된 그의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이 어떻게 한 인간을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이끄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인간승리의 서사다.
![]() [코리안투데이] 조서환, 불굴의 인간승리 드라마 ©지승주 기자 |
병실에서 마주한 운명의 순간
장래가 촉망되는 한 청년이 있었다. 육군 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하여 전방에서 조국을 지키던 그는, 누가 봐도 앞날이 창창한 젊은 장교였다. 그러나 운명은 잔인했다.
어느 날, 부하 사병의 사소한 실수로 수류탄 사고가 발생했다. 그 순간 그의 오른팔은 영원히 그의 곁을 떠났다. 젊은 장교는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되어 병원 침대에 누워야 했다.
머리와 팔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병원 생활을 하던 그에게, 사귀던 여자 친구가 병문안을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쁨보다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다. 그는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녀는 한 팔 잃은 나를 여전히 사랑할까?’
병실에 들어오기 전, 그의 머릿속에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첫째, 나를 본 순간 놀라 도망칠 것이다.
둘째,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엉엉 울 것이다.
셋째, 기가 막혀 멍하니 서 있을 것이다.
어떤 반응이든 그의 가슴은 미어질 것만은 확실했다.
30분간의 침묵, 그리고 두 번의 끄덕임
그녀가 병실로 들어왔다. 붕대로 감긴 그를 본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세 번째 시나리오가 적중했다. 병실 안 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다. 함께 있던 사람들도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존심보다 더한 것은 두려움이었다. 만일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그저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녀도 여전히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했다.
‘사랑하느냐고 물을까? 아니야,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보내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누가 나만큼 그녀를 사랑해줄까?’
말없이 바라만 보기를 30분째. 침묵은 길어졌고, 시간은 멈춘 듯했다. 마침내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아직도 나 사랑해?”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그 순간을 그는 평생 잊지 못한다고 했다.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마치 천사 같았다고 했다.
세상을 다 얻어도 그보다 기쁠 수 있을까? ‘불행의 깊이만큼 행복을 느낀다’는 말이 있지만, 그때 느꼈던 행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그는 회상했다.
사랑은 시험을 만난다
하지만 그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얼굴 봤으면 이걸로 끝내자.”
자신의 불행이 그녀의 인생까지 망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자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까진 당신에게 내가 필요 없었는지 몰라요. 그런데 지금부턴 당신 곁에 내가 있어야 해요.”
이 말을 듣자마자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큰 파도가 밀려왔다. ‘어떻게든 이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결심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때부터 그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불굴의 거인’이 깨어났다.
그녀는 그날부터 병원 근방에 방을 얻어 놓고 드나들며 헌신적으로 그를 간호했다. 모태신앙인 그녀는 매일 새벽 기도를 드렸고, 그는 링거를 꽂은 왼손으로 글씨 연습을 시작했다. 그녀는 항상 “당신은 뭐든지 할 수 있다”며 격려와 지지를 보냈다.
아버지의 반대, 딸의 질문
하지만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선택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평생을 한 팔이 없는 사람의 팔이 되어야 하는 딸의 미래가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그는 딸에게 그 남자를 포기하고 새 길을 찾을 것을 권유했다.
그러자 딸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만약에 아버지가 한 팔을 잃으신다면 엄마가 아버지를 떠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세요?”
아버지는 말문이 막혔다. 딸의 논리는 완벽했고, 그 속에는 흔들리지 않는 사랑의 신념이 담겨 있었다. 결국 아버지도 딸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고, 두 사람의 사귐을 허락하게 되었다.
한 팔로 일군 인간승리의 드라마
제대 후 그는 한 팔이 없는 만큼 더 큰 노력을 기울였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하나하나 해냈다.
그는 린스와 샴푸를 합친 효과를 내는 ‘하나로’를 개발했다. 20세부터 80세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2080 치약’을 만들었다. 시대를 앞서 영상통화를 가능하게 한 앱을 개발하는 등 놀라운 업적을 세웠다.
그 결과 그는 KTF 부사장, 애경산업 이사를 거쳐 현재 세라젬 헬스앤뷰티 대표가 되었다. 그가 바로 조서환이다.
그의 수기에는 이런 고백이 담겨 있다.
“아내를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다. 어찌나 공부를 잘하던지 초등학교 때 그 사람 성적을 앞선 적이 없다. 어린 마음에 ‘저 애와 결혼하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펜팔 친구로 지내며 편지를 주고받았던 두 사람. 지고지순한 사랑은 수류탄 사고라는 시련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이후 내 인생의 목표가 된 아내는 지금까지 매일 소중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사업상 힘들 때도 꼭 아내와 상의한다. ‘백발백중’ 명답을 말해 하나님 음성처럼 듣고 산다.”
사랑이 만든 기적
조서환의 이야기는 가슴 뭉클한 거짓말 같은 실화다. 지고지순한 고결스러운 인간승리의 드라마다.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말이 있다. 조서환은 이 둘을 아우른다. 그는 자기를 알아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해 무한대의 초인적 에너지를 발산했다.
30분간의 침묵 끝에 두 번 끄덕인 그 고개가,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사랑은 사람을 살린다.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다. 사랑은 한 팔을 잃은 청년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성장시켰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깨닫는다. 진정한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를 향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사랑을 받은 사람은 세상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거인이 된다는 것을.
병실에서 우두커니 서 있던 그녀는 말했다.
“나는 너의 팔을 좋아한 것이 아니고 너를 좋아했기 때문에 팔이 있고 없고는 상관하지 않는다.”
이 한 문장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었다. 아니, 두 사람의 운명을 함께 바꾸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제품과 기술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었다.
조서환의 이야기는 인간승리의 표본이다. 동시에 사랑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증거다.
성찰을 위한 질문
1. 당신은 누군가에게 “팔이 있고 없고는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있는가?
조건을 보는 사랑과 존재를 보는 사랑은 다르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외적 조건인가, 아니면 그 사람 자체인가? 그 차이가 당신의 관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2. 당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불굴의 거인’을 깨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조서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의 격려가 거인을 깨웠다. 당신에게는 무엇이 그 거인을 깨울 수 있는가? 혹시 지금 당신 곁에 그것이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핵심 메시지
진정한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존재를 향하며, 그런 사랑을 받은 사람의 내면에서는 모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불굴의 거인’이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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