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단행한 직후 발표되었으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2월 10일부터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의 추가 관세를 적용하고, 원유·농업 기계·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는 10%의 관세를 추가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 조치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이며, 정상적인 양국 간 경제 및 무역 활동을 저해한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추가 관세 부과 외에도 중국은 일부 핵심 광물 및 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에는 텅스텐, 텔루륨, 루테늄, 몰리브데넘 등 전략적 자원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미국의 첨단 산업과 반도체·배터리 제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중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재편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의 관세 조치가 아직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향후 추가적인 보복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루 수석 경제학자는 “추가 관세가 적용되더라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전체 관세율 상승 폭은 2%포인트에 불과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조치가 미중 간 2차 무역 전쟁의 초기 단계일 가능성이 크며, 추가적인 보복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관세 발표 이후 금융 시장의 반응은 미미했다. 중국의 역외 위안화 환율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으며, 춘절 연휴로 인해 본토 주식 시장도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시장이 재개될 경우 중국 내 소비자 신뢰도와 투자심리가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미국 IT 대기업인 구글(Alphabet)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 규제 강화 및 기술 기업에 대한 견제를 견제하기 위한 또 다른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구글은 2010년 중국 시장에서 검색 서비스를 철수했지만, 여전히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광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구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내릴 경우, 미국 기술 기업들의 대(對)중국 사업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30일간 유예하기로 결정했으나, 중국에는 이러한 유예 조치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즈호 은행의 비슈누 바라탄 연구 책임자는 “미국과 멕시코·캐나다 간의 무역 협상보다 미중 무역 관계는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으며, 단기간 내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시작과 동시에 중국이 2020년에 체결한 무역 합의 사항을 준수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으며, 해당 조사 결과는 4월 1일까지 발표될 예정이다. 만약 중국이 합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미국은 추가적인 무역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추가 관세로 인해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수요 감소 및 부동산 위기 지속으로 인해 0.4%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 정책을 강화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양국 간 추가적인 무역 보복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대응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 무역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수 있어 국제 사회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 현승민 기자 ulsangangnam@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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