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목소리, 『국민 성우』라 불리는 한 사람이 있다. 32년 동안 목소리로 한 시대를 이끌어온 인물, 바로 조예신 성우가 그 주인공이다. 코레일 일반열차와, 지하철 안내 방송에서 들려오는 그 친숙한 목소리는, 수많은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와 편안함을 전해왔다. 또한 1990년대 말 깜찍이(달팽이)캐릭터의 성우이자, 애니메이션, 외화 더빙, 생방송 투데이 나레이션 등 다양한 파트에서 활발히 활동해 오셨다. 32년 동안 독보적인 목소리로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며, 삶에 지친 이들에게는 위로를, 또 다른 이들에게는 따뜻한 감동과 기쁨을, 외롭고 힘겨운 이들에겐 삶의 용기를 전해온 한 사람… 바로 『국민 성우』 조예신 성우이다.
 [코리안 투데이] 최선을 다해 방송하는 32년차 국민성우 조예신 성우 © 신영민 기자 |
다음은 조예신 성우님과의 일문일답이다.
Q> 자기소개와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1993년 MBC 성우로 시작해 30년 넘는 시간 동안 성우 겸 교수로 일하고 있는 조예신입니다. 한창 활동하던 시기에 성대결절로 목소리를 잃어 시련을 겪었으나, 학업과 수련을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새롭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Q> 성우 일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와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우연히 MBC 프로그램 스피치 코너에 출연하면서 방송과 음성에 대한 매력을 느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지금의 성공을 이루기까지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시련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해 나가며 실패를 기회로 삼는 것입니다.
Q> 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절친이 된 시각장애인 동갑 친구가 하나뿐인 아들 출산 후 너무 마음이 우울해 집을 나와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방황하던 순간, 지하철 안내방송에서 나오는 제 음성을 듣고 큰 위로를 받고 마음이 편안해져 집으로 돌아갔다는 감동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입니다. 그 이후 저는 꾸준히 시각 장애인 분들과 함께했고 그 시간들은 늘 보람됐습니다.
Q>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그 어려움을 극복한 방법이 있으신지요?
음성을 잃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고 10여 년에 걸쳐 학교로, 수련장으로, 해외 보이스 워크샵으로 심신을 수양했던 시간들이 막혔던 감정을 흘려보내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이었습니다.
 [코리안 투데이] 최선을 다해 방송하는 32년차 국민 성우 조예신 성우 © 신영민 기자 |
Q> 방송 쪽 성우 업계에서 변화하고 있는 흐름이나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음성쪽 역시 AI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많은 곳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듯 보이지만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고 순간적인 진실함은 결코 대체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Q>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새로운 목표나,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급변하는 SNS 시대 앞으로 제가 이루고 싶은 새로운 목표와 계획은 크게 세 가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 AI 시대, ‘나만의 보이스‘ 중요성
첫 번째는 인공지능 시대에 오히려 더욱 중요해질 ‘나만의 보이스‘에 대해 생각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인공지능 목소리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사람의 목소리가 가진 고유한 울림과 감성,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삶의 경험까지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강의하는 과목에서는 무엇보다 연기자들의 대사 속 감정 연기 전달이 중요한 이슈인데 앞으로 저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과 깊이를 가진 목소리를 찾는 과정을 돕고 싶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보이스가 가져야 할 경쟁력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2. 인간 보이스의 저작권 및 인격권 보호
현재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목소리는 저작권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목소리는 단순히 소리를 넘어 한 사람의 인격과 정체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윤리적 장치가 더욱 마련되어야 하며 저는 앞으로도 이러한 목소리의 권리문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3. 보이스를 통한 마음 치유, <낭독치유>
개인적으로 가장 깊은 의미를 두는 목표는 ‘낭독치유‘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보이스와 감정치유의 연결에 대해 연구해 왔습니다. 목소리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을 넘어, 우리의 감정과 내면을 치유하는 훌륭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일을 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철학은 무엇인가요?
◆ 보이스로 세상을 읽다.
SNS 시대. 보이스로 새로운 기회(機會)를 만들어 변화의 방향을 제시
성우라는 직업에 몸담은 지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제가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이자 철학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보이스로 세상을 읽고 이해하고 이롭게 한다’
성우는 단순히 대본에 적힌 글자를 소리 내어 읽는 사람이 아닙니다. 대본 안에 담긴 인물의 감정, 상황의 맥락, 그리고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숨은 의미까지 깊이 이해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이것은 마치 보이스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보이스로 세상을 읽는다는 것은 텍스트를 넘어선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합니다.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면서 저는 수많은 삶의 단면과 감정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인간의 희로애락 모든 감정들을 목소리에 담아낼 때, 저는 비로소 그 인물이 되고 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는 세상과 소통하고 보이스로 세상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이롭게 합니다.
2. SNS 시대, 보이스로 새로운 기회(機會)를 만들어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진실한 음성을 알아가다.
과거에는 성우의 활동 영역이 방송이나 영화 등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보이스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팟캐스트, 오디오북, 유튜브 등 보이스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성우는 단순히 주어진 대본을 연기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하며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합니다. 보이스의 힘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진실한 음성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소통을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저의 또 다른 철학입니다.
Q> 성우 후배들 또는 성우 지망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첫째, 기본에 충실하되, 자신만의 색깔을 찾으십시오. 성우에게 발성과 발음 등 기술적인 기본기는 집을 짓는 주춧돌과 같습니다. 이 기본기가 탄탄해야 어떤 역할을 맡든 흔들림 없이 표현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수많은 목소리 속에서 ‘나‘를 각인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 즉 ‘나만의 보이스‘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목소리가 가진 고유한 깊이와 감성은 쉽게 대체될 수 없습니다. 끊임없는 연습과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만이 가진 목소리의 매력을 발견하고 갈고닦는 일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둘째, 변화하는 시대에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기회를 만드십시오. 예전에는 성우의 활동 범위가 비교적 제한적이었지만, 이제는 SNS, 유튜브, 팟캐스트, 오디오북 등 목소리를 필요로 하는 플랫폼이 무궁무진하게 많아졌습니다. 주어진 대본만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SNS 시대에는 진정성 있는 ‘나의 보이스‘가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보이스로 세상을 읽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도전을 멈추지 마세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목소리에 당신의 진심과 삶을 담으십시오. 보이스는 보이지 않는 여러분의 ‘마음‘입니다. 목소리는 내면의 거울과 같아서, 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입니다.
저는 목소리를 통해 자신과 타인의 마음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속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다양한 삶의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삶 속에서 느끼는 기쁨, 슬픔, 공감 등 진솔한 감정들이 목소리에 녹아들 때, 비로소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생겨날 것입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합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승승장구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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