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탁 칼럼] 2화. 이순신 – 죽음을 넘어 책임을 다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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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발해

 

“신에게는 아직도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코리안투데이] AI 이미지 ©임승탁 기자

 

이 문장은 단순한 군사 보고가 아니다. 국가가 무너지는 그 순간, 지도자가 국민 앞에 어떻게 서야 하는지를 말해준 가장 간결한 선언이었다. 이순신은 수없이 밀려오는 적군과 어려움 앞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전쟁은 비참하고 잔인한 현실이었지만, 그 안에서 그는 병사의 이름을 기억했고, 백성의 안부를 걱정했다. 난중일기의 매 페이지는 전략보다 인간애에 가깝다. 그는 칼을 휘두르기보다 눈물을 삼켰고, 명령을 내리기보다 함께 싸웠다. 그가 지킨 것은 영토만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었다.

 

지도자는 위기 앞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다. 명량해전 전날 밤, 모두가 패배를 예감한 그 시점에 그는 단 한 문장으로 전 군의 혼을 붙들었다. “아직도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다.” 여기서 ‘배’는 물리적 전력을 넘어 정신의 등불이었다. 지도자의 말이 절망을 버티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책임이다.

 

이순신은 죽는 순간에도 그 사실을 숨겼다. 전투가 끝날 때까지 자신이 쓰러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게 하라는 유언은, 그가 끝내 자신보다 국가를 앞세웠음을 보여준다. 그는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끝까지 싸웠고, 가장 위대한 방식으로 물러났다. 이런 행동이 가능했던 것은 평소 뭇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만한 청렴한 삶과 자기관리, 그리고 투철한 책임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늘의 대통령 후보들은 그런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위기가 닥쳤을 때 변명 대신 결단을, 도망 대신 자리를 택할 수 있는가. 전장이 끝날 때까지 국민 앞에서 죽음을 숨길 수 있는 무게감을 감당할 수 있는가.

 

국민은 지금,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이순신처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나라를 지킬 사람을.

 

[ 임승탁 칼럼니스트: geumsa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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