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상담사,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장애인 소외 부른 비대면 금융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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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발해

AI 기술이 빠르게 금융 산업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챗봇, 음성 상담사, 자동화된 인증 시스템 등은 은행 창구를 대신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를 통해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모두를 위한 것은 아니다. 특히 장애인에게 AI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되고 있다.

 

[코리안투데이]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출처=FREEPIK) © 변아롱 기자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AI 기반 금융서비스에서의 장애인 차별 해소방안 토론회’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장애인의 일상적 금융 접근을 어떻게 가로막고 있는지 생생한 사례와 함께 진단됐다. 뇌병변장애인 A씨는 카드 결제를 확인하려 고객센터에 연락했지만, AI 상담사는 그의 발화를 여러 차례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상담은 종료됐다. 지적장애인 B씨는 OTT 서비스 결제를 위해 챗봇을 이용했지만 어려운 용어와 설명으로 인해 진행이 불가능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와 장애인권법센터는 이러한 경험들이 단순한 기술적 불편을 넘어, 실질적인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장추련 이승헌 사무국장은 “30년 전 ATM, 10년 전 키오스크에 이어 이제 AI까지, 장애인은 매번 기술의 진화에서 배제돼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추련이 20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AI 챗봇 접근성 모니터링 결과, 장애 유형을 반영한 설명 방식이 거의 없었고, 발음 인식 실패, 수어상담 옵션 부재, 일반 상담원 연결의 어려움 등 복합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장추련은 ‘AI 기반 비대면 서비스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장애 관련 설명 탑재 ▲알기 쉬운 정보 제공 ▲음성인식 보완 ▲장애인 전용 상담창구 구축 ▲일반 상담원 즉시 연결 기능 등을 포함한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이 금융 산업의 진입, 심사, 가입 등 전 과정에 개입하는 시대에서, 장애인은 ‘예외’로 남을 수 없다”며 “인공지능기본법 시행령에 ‘장애인 접근성 및 차별 여부’ 평가 항목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접근성 인증제 도입과 금융기관 내부의 장애 인식 교육 강화 역시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한편, 기술적 관점에서 본 해결책도 제시됐다. ICT 융합공학 박사 배석민은 “현실적으로 장애 데이터를 수집해 AI에 반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UI/UX 개선을 통해 사용자에게 쉬운 설명과 상담사 연결 버튼을 제공하는 등 실현 가능한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음성 인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한 뒤 여러 해석안을 제공해 사용자가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AI 기술은 편의를 위한 도구이자 사회적 진보의 지표다. 그러나 지금처럼 설계와 도입 과정에서 소수자의 존재가 배제된다면, 기술은 혜택이 아닌 또 다른 차별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AI가 모두를 위한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보다 이를 둘러싼 사회적 책임과 제도적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할 것이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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