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거 알아? 내 사진으로 액션 피규어 만들었어!”
요즘 미국을 중심으로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새로운 유행이 있다. 바로 챗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모습을 액션 피규어처럼 재현하는 것이다. 마치 장난감 가게 진열대에 놓인 것처럼, 플라스틱 박스 안에 포장된 자신만의 미니어처 피규어. 손에는 커피잔, 어깨에는 노트북, 배경은 우주여행 혹은 사이버펑크 도시. 이 모든 건 사용자가 텍스트로 입력해 지정할 수 있다. 누구나 히어로가 되는 시대, AI가 열어젖힌 디지털 거울 속 나의 새로운 자화상이다.
이 트렌드는 지브리 스타일, 바비 인형 스타일 AI 이미지에 이어 등장했으며, 현재 링크드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 맥(MAC)과 닉스(NYX), 그리고 호나우두,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와 같은 유명인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며 대중의 관심을 더욱 끌고 있다. 단순한 장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구성하고 싶은지에 대한 집단적 욕망이 반영되어 있다.
![]() [코리안투데이] AI액션 피규어 © 김미희 컬럼니스트 |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이 트렌드는 디지털 자기화(digital self-objectification)와 연결된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외부의 시선으로 구성하고 재창조한다. 거울 속의 나, 셀카 속의 나, 프로필 사진 속의 나. 그리고 이제는 ‘AI가 만들어낸 나’까지. 우리가 AI를 통해 만든 피규어는 단지 재미있는 이미지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나의 이상적 자아, 나의 꿈, 내가 되고 싶은 존재를 상징하는 일종의 심리적 프로젝션이다.
미국의 소셜 미디어 분석가 재스민 엔버그는 “생성형 AI는 트렌드 형성과 확산을 빠르게 만들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싫증을 내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디지털 피로(digital fatigue)의 또 다른 양상이다. 끊임없이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요구하는 이 환경은 우리에게 무한한 표현의 자유를 주는 동시에, ‘계속해서 달라져야 한다’는 압박을 심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AI 이미지 생성의 또 다른 면은 치유적인 측면이다. 어떤 이는 현실에서 느끼지 못한 정체성이나 자존감을 AI 피규어로 구현하며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예를 들어, 평소 평범하다고 느꼈던 직장인이 ‘슈퍼 개발자 피규어’로 자신을 재현하며 새로운 자신감을 얻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AI는 상상력의 도구일 뿐 아니라, 자기 위로와 표현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는 의미가 깊다. 과거엔 광고 속 주인공이 타인이었다면, 이제는 사용자 자신이 중심이 된다. 소비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콘텐츠의 창작자이며 피사체이자 주인공이다. 이는 기업들에게 ‘참여형 콘텐츠’ 제작의 필요성을 일깨워주고 있으며, 개인에게는 창의성과 자기표현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자기표현 방식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을까?
결국 AI 시대의 자기표현은 정답이 없다. 누군가는 아바타로, 누군가는 피규어로, 또 다른 누군가는 텍스트 프롬프트 하나로 자신의 정체성을 펼친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즐기고, 때로는 위로받는다는 점이다. 거대한 디지털 세상에서 ‘나’를 찾는 일,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여정 아닐까.
지금 이 순간, 당신도 자신만의 액션 피규어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상상 속의 내가 아닌, AI가 보여주는 또 다른 나를 통해, 우리는 오늘도 조금 더 다채로운 자아를 만나는 중이다.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