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예술회관, 가을 명작 열전

인천문화예술회관, 가을 명작 열전

 

이 가을, 인천문화예술회관이 시대를 초월한 명작 연극 두 편을 연달아 무대에 올리며 관객들을 깊은 성찰의 세계로 초대한다. 인천시립극단의 신작 <시련>(The Crucible)과 극단 산수유의 대표 레퍼토리 <12인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배경과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인간의 양심과 진실, 그리고 집단의 압력 속에서 고독하게 싸우는 개인의 용기를 조명한다는 공통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번 공연들은 단순히 연극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 오늘날의 사회를 되돌아보는 거울이 되어 관객들에게 강렬한 질문을 던질 것이다.

 

 [코리안투데이]  인천문화예술회관, 가을 명작 열전  © 임서진 기자

 

인천시립극단은 창단 35주년을 기념해 9월 24일부터 28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연극 <시련>을 선보인다.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위대한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 1915~2005)가 1953년 발표한 이 작품은 17세기 미국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의 ‘마녀재판’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어린아이들의 장난스러운 거짓말이 집단적인 광기로 번지고, 결국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는 비극적인 과정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과 나약함을 고발한다.

 

특히, 이 작품은 ‘가짜 뉴스’와 ‘마녀사냥’이 만연한 오늘날의 현실을 강렬하게 비추는 은유로 읽힌다. 진실이 아닌 소문과 편견이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공포와 광기가 이끄는 대로 무고한 사람을 단죄하는 모습은 수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섬뜩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이번 공연은 이성열 예술감독이 새로운 시각과 연출 방식을 적용해 진실과 용기의 가치를 동시대적 시선으로 재조명한다. 고영범 번역, 조만수 드라마터그, 이태섭 무대디자이너, 최보윤 조명디자이너 등 대한민국 최고의 창작진이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관객들은 <시련>을 통해 한 인간이 자신의 신념과 이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속에서 진정한 인간 존엄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인천문화예술회관 기획공연인 ‘연극선집’의 일환으로 극단 산수유의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11월 7일부터 8일까지 소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 작품은 레지널드 로즈가 집필한 불후의 법정 드라마로, 1955년 연극 무대에 오른 이후 세계 각지에서 끊임없이 공연되며 그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16세 소년의 친부 살인 혐의를 두고 12명의 배심원이 벌이는 치열한 토론을 통해, 개인의 신념과 도덕적 책임을 묻는다.

 

처음에는 소년의 유죄를 만장일치로 확신했던 배심원들이 단 한 명의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배심원 8호의 끈질긴 설득에 흔들리며, 감정과 편견을 넘어 논리와 진실에 다가서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린다. 이 작품은 성급한 판단과 편견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고발하며,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운다.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6 공연베스트7, 공연과이론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올해로 공연 10주년을 맞이해 다시 한번 진실의 가치를 묻는 뜨거운 토론의 장을 선사한다. 관객들은 이 작품을 통해 ‘정의’란 무엇이고, ‘합리적 의심’이 왜 중요한지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이다. <시련>이 집단적 광기와 가짜 뉴스의 위험성을 경고한다면,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편견과 섣부른 판단이 가져오는 비극을 꼬집는다. 우리가 사는 오늘날의 사회는 SNS를 통해 끊임없이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집단의 의견에 휩쓸리거나, 편견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성급하게 단죄하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시련>과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우리에게 진정한 용기는 다수의 의견에 맞서는 고독한 싸움에서 시작될 수 있으며, 진실은 끊임없는 의심과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서만 온전히 드러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번 공연들은 단순히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것을 넘어, 삶의 태도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점검하게 하는 귀중한 문화적 기회가 될 것이다. 인천문화예술회관은 이처럼 예술과 사회적 메시지를 조화롭게 담아낸 작품들을 통해 지역민의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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