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오십에 잠수함을 탔다-중년의 꿈을 향한 무대 위 항해

아빠는 오십에 잠수함을 탔다-중년의 꿈을 향한 무대 위 항해
✍️ 기자: 김현수

 

“아빠는 오십에 잠수함을 탔다.”

제목부터 묵직하다. 한 문장 안에 시간, 인물, 행위, 그리고 상징이 모두 담겨 있다. 2025년 10월 28일부터 11월 9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열리는 극단 마중물의 14주년 정기공연 아빠는 오십에 잠수함을 탔다는 단순한 연극이 아니다. 이것은 오십이라는 나이, 중년이라는 경계에서 ‘잠수함’이라는 비현실적인 상징으로 뛰어든 누군가의 마지막 꿈과, 그것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 갈등, 사랑을 담은 이야기다.

 

 [코리안투데이] 중년의 꿈을 향한 무대 위 항해  © 김현수 기자

 

잠수함은 어쩌면 현실로부터의 도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도피는 단순히 회피가 아닌 ‘다시 살아보려는 몸짓’에 가깝다. 극 중 주인공은 오십을 맞이하며 다시 한번 자신을 믿어보기로 한다. 바닥을 박차고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듯, 그는 현실을 뚫고 또 다른 삶을 찾아 나선다. 이 꿈이 무모한가요? 극은 관객에게 계속 묻는다.

 

연출을 맡은 양수근은 이번 작품에서 ‘중년의 무게’를 물처럼 흐르지만 절대 가볍지 않게 풀어냈다. 대사 하나하나가 마치 깊은 바다의 파동처럼 잔잔히 퍼지다가 어느 순간 가슴에 찰랑이며 부딪친다. 배우 박승태와 조은정의 연기는 그러한 무게를 절묘하게 표현해냈고, 특히 이태식과 최승집이 맡은 캐릭터는 세대 간의 간극과 공감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세련된 방식으로 끌고 나간다.

무대는 마치 꿈과 현실의 경계선 위에 놓인 듯한 분위기로 연출되었다. 실제 잠수함을 연상케 하는 구조물과 시계, 고래의 영상 이미지가 등장하면서 극은 점점 ‘물속’으로 내려간다.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그 잠수함에 함께 탑승한 승객이 되어 중년이라는 미지의 심연을 함께 탐험하게 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무대 위 상징들의 활용이다. 작품 포스터에 보이는 고래는 단순한 해양 생물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자유로움’과 ‘현재의 갈망’을 상징하는 유영하는 꿈이다. 거꾸로 누운 시계는 ‘흘러가는 시간’이 아닌, ‘되돌리고 싶은 시간’을 의미한다. 작지만 명확한 장치들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연극이 끝난 뒤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중년이란 무엇인가. 보통은 체념과 현실 사이의 타협이라고 말하지만, 이 작품은 다르게 말한다. 중년은 오히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깊은 바다’다. 아무도 그 바다의 끝을 본 적 없기에, 그 잠수함의 목적지도 미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탑승’ 자체가 인생에서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일 수 있다.

 

이번 공연은 극단 마중물의 14주년 정기공연으로, 오랜 시간 묵묵히 연극의 본질을 지켜온 그들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이야기, 그리고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함께 어우러져 대학로 무대에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티켓은 예매처 예스24, 네이버 티켓 등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평일 저녁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에 공연된다. 월요일에도 공연이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공연이 열리는 ‘공간아울’은 대학로 KFC 지하에 위치해 있으며, 오랜 연극 애호가들에게는 잘 알려진 명소다.

 

아빠는 오십에 잠수함을 탔다. 이 작품은 중년의 아버지를 위한 이야기이자, 어쩌면 모두를 위한 이야기다. 당신이 지금 몇 살이든, 인생이라는 바다 한복판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라면 이 잠수함에 탑승해보길 바란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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