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성로의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61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기계 수리점 기일사의 이대현 사장을 만날 수 있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그는 기계를 수리하는 아버지를 따라 북성로에 첫발을 디뎠다. 당시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을 뛰어넘는 기술자가 되기를 바랐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이 이어졌다.

 

북성로는 한때 서울 청계천과 함께 대한민국의 기술 혁신을 이끄는 중심지로 불렸다. 그곳에서는 탱크와 미사일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다양한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들이 모여들었다. 특히, 외국에서 들어온 기계들은 부속품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이대현 사장과 같은 기술자들은 상황에 맞춰 부속을 자체 제작해 수리하곤 했다.

 

                                [코리안투데이] 선반 작업중인 이대현 사장 © 최태수 기자


 이대현 사장은 단순한 장비들로도 어려운 기계 고장을 척척 해결해냈다. 선반, 밀링, 탁상 보루반, 바이스, 용접기 등 기본적인 수리 도구들 만으로도 그는 능숙하게 고장난 기계들을 되살렸다. 이런 기술력 덕분에 수리 비용은 저렴하면서도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에 따라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아졌으며, 60~70년대에는 제품을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기일사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개발자들이나 교수들이 찾아와 어려운 문제에 대해 상담을 요청한다. 그럴 때마다 이대현 사장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이는 그의 삶에 큰 보람을 안겨주었고, 지금도 그는 북성로를 지키며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재미와 직업에 대한 투철한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현 사장은 61년의 시간 동안 북성로에서 한결같이 기계를 고치며, 자신의 손끝에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해왔다. 그의 이야기는 대구 북성로의 살아있는 전설로, 기술자의 진정성과 헌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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