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올림픽을 지켜보던 중국 유학생 샤오메이(가명)는 착잡한 심경에 빠졌다.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양궁이 10연패를 하면서 이번 결승전에서 중국을 누르고 우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은 그동안 5번이나 은메달에 그쳤다. 축구처럼 공한증에라도 걸릴 지경이라고 했다. 왜 한국 선수들만 만나면 중국 선수들은 지고 마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했다.
![]() [코리안투데이] 파리 올림픽에서 양궁 여자 선수들이 단체전에서 우승하고 환호하는 모습 (사진 제공: 연합뉴스) ⓒ 박찬두 칼럼니스트 |
샤오메이는 그 이유를 찾으려고 했지만 좀처럼 찾을 수 없었는데, 몇 가지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한국 선수들은 어느 나라를 만나도 흔들리거나 긴장하는 빛이 없고 여유가 있으며, 잘못해도 남을 탓하지 않고 자신을 탓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선수들은 이겨도 진 상대를 예우하는 모습이나 경기장 안팎에서 신사답게 행동하는 모습에서도 감동했다고 한다. 특히 샤오메이는 사격의 오상욱 선수가 넘어진 상대를 일으켜 세우는 모습이나, 시작 신호가 울려도 소리를 듣지 못한 상대 선수가 공격의 자세를 갖출 때까지 기다려주는 모습에도 감동했다고 했다.
![]() [코리안투데이] 파리 올림픽에서 양궁 남자 선수들이 단체전에서 우승하고 환호하는 모습 (사진 제공: 연합뉴스) ⓒ 박찬두 칼럼니스트 |
이러한 선수들의 모습이나 반응을 보면서 한국 선수들은 선비이자 군자다운 모습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홍익인간, 광명이세라는 건국이념을 유전자로 물려받은 선비의 나라, 군자의 나라라는 정신이 배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양궁 선수들이 활을 잘 쏜다든지, 사격 선수들이 총을 잘 쏜다든지, 펜싱 선수들이 칼을 잘 쓴다든지 하는 것은 조선인의 유전자 속에 면면히 흐르는 유전적 특징이 있지 않는가 싶다.
![]() [코리안투데이] 고구려 벽화 속의 활을 쏘는 고구려 무사 (사진 제공: 네이버 포토뉴스) ⓒ 박찬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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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조선인을 동이족이라고도 불렀다. ‘東’은 ‘동녘 동’이고, ‘夷’는 ‘大(큰 대)’와 ‘弓(활 궁)’이 결합한 글자로 ‘큰 활을 가진 어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夷’는 ‘클 이’라는 뜻 외에도 ‘오랑캐 이’, ‘상할 이’의 뜻도 있다. 중국인들이 큰 활을 잘 쏘는 동방 민족을 낮게 칭하여 ‘오랑캐’라고 했고, 큰 활은 사람을 상하게 하므로 ‘상할 이’가 되었으며, 큰 활로 사람을 지켜주어서 ‘어진 사람’이라는 뜻도 가지게 되지 않았나 싶다.
고구려 시조인 주몽도 활을 잘 쏘았다고 하고, 고구려의 벽화에 등장하는 활쏘기 모습은 활쏘기가 생활화되었음을 보여준다. 평소에는 사냥을 할 때 활을 사용하지만, 적군이 쳐들어오면 활로써 적을 물리쳤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수많은 외침을 이겨냈고, 전투의 민족이고 무사의 민족이라는 칭찬도 듣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코리안투데이] 수나라가 113만 대군으로 고구려를 침략한 이미지 (자료 제공: 역사 저널 그날) ⓒ 박찬두 칼럼니스트 |
수나라 문제는 598년에 30만 대군으로 고구려를 침공했으나 요동의 대홍수와 전염병, 풍랑을 만나 배가 파손되는 등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철수했다.
수나라 수양제는 611년 113만 대군으로 침공했으나, 요동성에서 막혀 성을 함락하지 못했고, 30만 별동대가 살수대첩에서 패하게 되자 결국 물러나게 되었다. 수양제는 멈추지 않고 613년에 40만 대군으로 3차 원정을 감행하였으나 요동성은 함락되지 않았고, 결국 반란이 일어나 철수하고 말았다. 614년 4차 침공할 때 비사성을 함락했으나 고구려가 망명해온 병부시랑을 넘기자 체면은 세웠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철수하였다.
수나라에 이어 645년 당 태종은 30만의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공하였으나, 양만춘이 굳게 지키는 안시성을 쉽게 함락하지 못하였으며, 연인원 50만 명을 동원하여 토성을 쌓는 등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양만춘의 화살 한 방을 눈에 맞고 급기야 퇴각하게 되었다.
![]() [코리안투데이] 안시성 싸움 이미지 (자료 제공: 영화 안시성) ⓒ 박찬두 칼럼니스트 |
당 태종에게 화살을 쏜 내용은 처음 고려 후기 이색(李穡)의 한시(漢詩) ‘정관음(貞觀吟)’에 “독 안에 든 쥐인 줄 알았더니, 눈에 화살을 맞을 줄 어찌 알았으리오(爲是囊中一物爾 那知玄花落白羽)”라는 구절에 등장한다.
여기서 ‘玄花(현화)’란 눈을 말하고 ‘白羽(백우)’란 화살의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 태종은 최고사령관으로 후방 안전지대에 있었을 텐데 어떻게 화살에 맞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양만춘의 큰 화살에 맞았을 가능성이 있다.
![]() [코리안투데이] 화살에 맞은 당 태종 모습 (자료 제공: SBS 사극 연개소문) ⓒ 박찬두 칼럼니스트 |
연암 박지원은 청나라 건륭제 생일 축하사절단과 함께 북경과 열하 지방을 다녀오고 ‘열하일기’라는 글을 남겼는데, 당 태종이 양만춘의 화살에 눈을 상하게 되었다고 적었다. 당 태종은 눈에 화살을 맞고도 병사들을 성 아래에 집결시키고 위세를 뽐내면서, 양만춘이 적장이기는 하지만 성주로서 성을 잘 지켰다고 비단 백 필을 주고는 격려하고 퇴각하였다고 한다. 동이족의 꺾이지 않는 투지와 놀라운 화살 솜씨에 당 태종은 혼비백산하였을 것이다.
사기(史記)에 “공자가 진나라(현재의 카이펑 인근)에 머물 때 화살 맞은 매들이 떨어져 죽자 ‘이 화살은 숙신의 것’이라고 했다.”라고 한다. 공자가 숙신의 화살을 정확히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조선 뿌리는 숙신이며 은나라 방계국가라는 주장도 있다. 후한 때 대학자 정현(鄭玄)은 “식신(息愼)은 숙신으로 동북방 오랑캐”라고 해설했다. 화살을 사용한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선비들의 활쏘기 모습 (김홍도의 그림) ⓒ 박찬두 칼럼니스트 |
활쏘기에 대해 ‘논어’에는 “군자는 경쟁하지 않나니 꼭 해야 한다면 활쏘기를 할 뿐이다. 손을 모아 서로 절하고 당에 올라가 활을 쏘고 내려와 진 사람이 술을 마시는데 그 경쟁도 군자답게 이루어진다.”라고 말하고 있다.
화살이 과녁에 맞고 맞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의 탓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탓에 있으므로, 군자는 잘못이 있을 때 남을 탓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라고 의미에서 반구저기(反求諸己) 즉 ‘돌이켜 자신에게서 그 허물을 찾는다.’라는 말을 중요시하며, 수행의 지표로 삼았다.
![]() [코리안투데이] K-9 자주포 이미지 (자료 제공: 포토뉴스) ⓒ 박찬두 칼럼니스트 |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가 한국을 무시하고 북한과 가까이 지내려고 하고 또 한국은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자,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해리슨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고 전 유럽의 방산 시장을 점령한 무기 강국이기 때문에 한국과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활쏘기와 사격을 잘하는 민족이 어느새 세계 방산 시장도 장악하며 전 세계 평화의 수호신으로 우뚝 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 양궁이 여자 단체전에서 10연패라고 하면 40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동이족으로서 활을 잘 다루었고, 수많은 외침 속에서 적을 이겨낸 그 정신과 유전자가 우리 후손들에게도 면면히 전해졌고, 또한 꺾이지 않는 불굴의 정신과 피나는 노력과 훈련, 그리고 대기업들의 후원, 지도자의 탁월한 지도 등으로 오늘의 성과를 이루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이외에도 펜싱, 사격 등에서도 금메달을 땄으니 모두 싸움과 관련된 종목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의 양궁뿐만 아니라 펜싱, 사격 등의 종목들도 모두 계속 발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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