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스쿨 입시는 ‘좁은 문’이라는 비유를 벗어나기 어렵다. 매년 7월 단 한 차례 시행되는 법학적성시험(LEET)은 로스쿨 입시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사이에선 “기회의 다양성 부족”이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같은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미국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 [코리안투데이] 2025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공동입학설명회 모습 ©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제공 |
미국에서는 로스쿨 입학시험 LSAT이 연 5회 이상 시행된다. 게다가 온라인 시험과 장애인 편의 제공 등 제도적 유연성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LSAT 응시 횟수 증가와 취업 불안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로스쿨 지원자가 20% 이상 급증했다. 이는 선택권이 넓어질수록 입시 문턱이 낮아지고, 다양한 배경의 인재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한국의 LEET는 여전히 연 1회 시행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한 번의 시험 결과가 당락을 좌우하는 구조는 수험생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직장인, 경단녀, 지방 거주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지원자들은 시험 일정에 맞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에는 LEET를 대체할 수 있는 시험이 없으며, 최근 일부 민간단체가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법학능력검증시험’은 로스쿨협의회로부터 공식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협의회는 “사설 시험 성적은 입시에 절대 반영하지 않는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수험생의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동시에 또 다른 기회의 통로를 제한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국내 로스쿨 입시를 보다 유연하고 포용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시험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시험 횟수의 확대는 수험생의 심리적·물리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단순히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누가 그 문 앞에 설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지금은 ‘공정함’만을 강조하던 로스쿨 입시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다. 보다 많은 이들에게 준비할 시간과 선택할 기회를 주는 입시제도는 결국 법조계 다양성 확보와 사회 정의 실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임희석 기자 : gwanak@thekorean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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