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너구리가 잇따라 목격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당국은 너구리와의 접촉을 절대 피해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 [코리안투데이] 광주 한 아파트 계단에서 발견된 너구리(사진제공: 연합뉴스) ⓒ 박찬두 기자 |
너구리가 법적으로 유해 야생동물(인명이나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는 동물)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접촉하거나 물릴 경우 광견병(rabies,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뇌척수염)과 같은 심각한 질병이나 피부 질환에 감염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광주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 도심에서 구조된 너구리는 총 52마리에 달한다. 이는 2023년 구조된 11마리와 비교했을 때 약 5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로, 도심 내 너구리 개체 수가 눈에 띄게 늘었음을 시사한다.
올해 역시 이러한 증가 추세는 계속되어,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벌써 25마리의 너구리가 구조되거나 신고되었다. 안타깝게도 구조된 너구리들은 대부분 기생충에 심하게 감염되었거나, 어미가 교통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어 홀로 남겨진 새끼들이었다.
![]() [코리안투데이] 광주 광산구 장덕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된 새끼 너구리 무리(사진제공: 뉴스1) ⓒ 박찬두 기자 |
너구리의 출몰은 특히 도심 속 공원과 인접한 아파트 단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주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일에는 광산구 장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새끼 너구리 9마리가 한꺼번에 발견되는 소동이 있었으며, 불과 닷새 전인 1일에는 인근의 다른 아파트 10층 계단에서 너구리 한 마리가 발견되어 출동한 소방 당국에 의해 안전하게 구조되기도 했다.
서울 청계천에서도 쏟아진 폭우로 갑자기 수량이 불어나면서 너구리 한마리가 급류에 떠내려가는 모습이 발견된 적이 있는 등 도심에 출현하는 너구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나, 아파트 단지 내에서 새끼를 출산한 모습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코리안투데이] 쏟아진 폭우로 갑자기 수량이 불어나면서 서울 청계천에서 너구리 한마리가 급류에 떠내려가고 있는 모습(2012.10.10)(사진제공: 연합뉴스) ⓒ 박찬두 기자 |
전문가들은 너구리가 본래 도심 공원이나 하천을 따라 이동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으며, 먹이를 찾거나 서식지를 넓히는 과정에서 아파트 단지와 같은 주거 지역까지 들어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너구리는 야행성(주로 밤에 활동하는 성질) 동물로, 보통 낮 시간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신처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또한, 가리는 것 없이 먹는 잡식성(동물, 식물 가리지 않고 먹는 성질)이어서 곤충이나 벌레부터 시작해 물고기, 작은 새, 식물의 열매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겉보기에는 온순해 보일 수 있으나, 야생 너구리는 광견병 바이러스 외에도 각종 기생충이나 세균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파트 단지나 공원에서 너구리를 발견하더라도 귀엽다는 이유로 절대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등의 행동을 해서는 안 되며, 즉시 관계 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심 속 야생동물과의 예기치 않은 만남이 잦아지는 만큼,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와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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