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결을 기억하라 — 민주주의를 ‘내부규정’이라 부른 대전지방법원의 날

 

7.21, 대전지법 제21민사부는 ‘345kV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건설사업’  가처분 2심 판결을 했다.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등 시행기준은 한전의 내부규정이므로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

그리고 덧붙였다. “절차상 하자도 중대하지 않다.”

이 짧은 문장 하나로, 사법은 국민이 쌓아 올린 절차적 정의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코리안투데이] 대전지방법원 © 임승탁 기자

‘내부규정’이라는 명목 아래, 공공의 신뢰를 철거하다

한전이 내세운 입지선정위원회 기준은 결코 사내 회식 규칙 같은 것이 아니다. 이 기준은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신뢰 계약이었고, 공공 인프라 사업의 최소한의 민주적 장치였다. “주민대표를 3분의 2 이상 포함한다”는 조항은,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주민을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대전지법은 이것을 단지 ‘내부규정’이라고 축소했다. 그리고 이를 지키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즉, 형식만 그럴듯하면, 내용은 무시해도 된다는 판결이다. 행정 편의에 복무하는 사법의 진면목이 이보다 더 노골적일 수 있을까.

 

“살지도 않는 공무원이 주민대표가 될 수 있다”는 판결. “규정을 어겨도 공익을 위한 일이라면 괜찮다”는 논리. 이것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정의라면, 국민이 어디에 호소해야 하는가?

 

 [코리안투데이] 한국전력공사 © 임승탁 기자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의 안녕을 묻고 있다

법이 강자를 위한 면죄부가 될 때, 그 사회의 약자들은 법 앞에 침묵하게 된다. 그리고 그 침묵의 반복이 바로 민주주의의 죽음이다. 이번 판결은 바로 그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절차는 구속력이 없고, 기준은 선택사항이며, 주민은 형식에 불과하다는 선언.

이제 묻는다. 법이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법은 누구의 편인가? 그리고, 그 판결은 정말 정의로운가?

 

사법부는 스스로를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 말한다. 하지만 이 판결은, 그 보루가 무너질 때의 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판결문은 접힐 수 있지만, 그 판결로 무너진 신뢰는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이 판결을 기억해야 한다. 역사에 남겨야 한다. 그리고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세대가 다시 묻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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