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어깨 통증에 시달리던 김모(56) 씨는 병원과 물리치료, 각종 약물치료를 오가며 무기력한 일상을 견뎌야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한 벌침요법이 그의 삶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솔직히 처음엔 믿기 어려웠어요. 벌에 쏘이는 게 무슨 치료가 되겠나 싶었죠. 그런데 며칠 지나니 통증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잠을 잘 수 있을 만큼 편안해졌어요.”
![]() [코리안투데이] 자연 속에서 꿀을 채취하는 꿀벌과 봉침 치료하는 모습 © 모커리 한방병원 제공 |
벌침요법(Apicomplex Therapy)은 말 그대로 벌의 침을 이용한 자연치유 기법이다. 꿀벌의 독에 들어 있는 멜리틴, 아파민 같은 성분은 항염 및 진통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고대 이집트나 중국에서도 치료의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최근에는 국내외에서 벌침을 활용한 임상 사례들이 증가하면서 통증 완화를 위한 보완대체요법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특히 만성 통증을 겪는 이들에게 벌침요법은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강원도에서 양봉업과 함께 벌침요법을 병행하고 있는 이성훈 씨(양봉치유사)는 “특히 디스크성 요통, 류마티스 관절염, 어깨 회전근개 통증 같은 만성적인 통증에 효과를 보이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전문가 지도 아래에서, 점진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실제로 한국통합의학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벌침요법을 4주간 주 3회 이상 받은 만성 통증 환자 20명 중 16명이 통증 지수가 평균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는 개인의 체질, 면역 반응, 벌독에 대한 민감도 등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정확한 정보와 지도 하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벌침을 맞는 과정은 결코 쉽거나 즐거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몇 차례 동안은 따끔한 통증과 함께 부종, 발적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 이후 면역반응이 조절되면서 통증이 완화되고, 혈류 개선과 염증 감소 등의 효과가 보고된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증상 완화를 넘어, 몸 전체의 자연치유력을 끌어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
정신적 안정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벌침을 맞으며 자신의 몸 상태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주기적인 관리와 명상을 병행하는 경우 스트레스와 긴장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만성 통증과 우울감이 함께 오는 환자들에게 특히 유익하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벌침요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알레르기 반응이나 아나필락시스 같은 중대한 부작용 위험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전문 기관이나 교육을 받은 치료사에게 시술받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또한 단기간의 드라마틱한 효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체질 개선과 통증 관리라는 목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벌침을 통해 몸의 자연치유력을 자극하며 통증에서 조금씩 해방된 이들의 사례는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자연에서 온 벌의 작은 침이 누군가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면, 그것은 단지 치료를 넘어선 ‘회복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최도선 칼럼리스트 : gwanak@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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