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넘긴 양천구 2026 예산…‘주민 체감’에 방점 찍은 선택과 집중

지방재정의 방향은 숫자보다 우선순위에서 드러난다.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어디에 쓰고, 무엇을 줄였는지가 곧 행정의 철학이다. 양천구가 의회에 제출한 2026년도 예산안은 규모의 확대보다 ‘어디에, 왜 쓰는가’를 분명히 한 예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복지·교육·안전·도시개발 등 주민의 일상과 직결된 영역에 재원을 집중하면서도, 관행적 지출은 과감히 덜어낸 구조다.

 

[코리안투데이] 양천구의회 제2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시정연설 중인 이기재 양천구청장
(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양천구는 2일 총 1조 103억 원 규모의 2026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양천구의회에 제출했다. 이는 올해 예산 대비 160억 원, 약 1.6% 증가한 수준이다. 회계별로 보면 일반회계는 9,9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 늘었고, 특별회계는 184억 원으로 37.4% 감소했다. 대규모 확장보다는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주민 체감도가 높은 분야에 선택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기조가 예산 전반에 반영됐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용 여건도 녹록지 않다. 양천구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불요불급한 사업과 성과가 미흡한 관행 사업을 정리하고, 재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순한 긴축이 아니라, 주민 삶의 안정과 도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분야에는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전략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복지다. 양천구는 ‘따뜻한 도시’를 목표로 보육과 노인, 장애인 지원을 두텁게 편성했다. 서울형 키즈카페 조성과 운영에 27억 6천만 원을 투입해 영유아 양육 부담을 줄이고, 양천구 보육타운과 양천형 밤샘 긴급돌봄 키움센터 운영에 8억 4천만 원을 편성해 돌봄 사각지대 해소에 나선다. 맞벌이 가구와 긴급 돌봄이 필요한 가정을 겨냥한 예산이다.

 

고령화에 대응한 노인복지 예산도 눈에 띈다. 청목어르신복지센터 신축공사비로 5억 7천만 원을 반영했고, 돌봄·통합지원 운영비 3억 3천만 원, 장기요양기관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확대에 5억 원을 배정했다. 이는 시설 확충과 함께 돌봄 인력의 처우 개선을 병행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장애인 분야에서는 활동지원사 처우개선비 2억 9천만 원을 신설하고, 장애인 배상책임보험 지원도 확대해 사회적 약자 보호를 강화했다.

 

교육 분야 역시 양천구 예산의 핵심 축이다. 유아부터 성인까지 아우르는 ‘행복한 교육도시’를 목표로 Y교육박람회 개최에 12억 8천만 원, 양천교육지원센터 운영에 6억 5천만 원, 권역별 미래교육센터 운영에 10억 6천만 원을 편성했다. 이는 단기 행사성 교육을 넘어, 지역 기반 교육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여기에 실내건축 기술자 양성 교육 확대에 1억 5천만 원을 반영해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을 연계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특히 장학기금 확대는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로 평가된다. 양천구는 민선 8기 동안 장학기금 20억 원 추가 조성을 목표로 매년 5억 원씩 출연해 왔으며, 2026년에 5억 원을 추가 출연하면 총 40억 원 규모의 장학기금을 완성하게 된다. 이는 교육도시 이미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가계 부담 완화라는 실질적 효과를 겨냥한 정책이다.

 

안전 분야 예산도 주민 생활과 직결된 항목 위주로 편성됐다. 통행로 확보를 위한 전신주 이설에 1억 2천만 원, 노후 하수관로 정비공사에 5억 4천만 원을 투입해 생활 안전을 강화한다. 겨울철 도로 결빙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도로열선 설치에는 4억 8천만 원, 공원 보안시설 개선에는 2억 5천만 원을 편성해 계절·시간대별 안전 취약 요인에 대응한다.

 

도시개발과 주거환경 개선 예산은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목동아파트 재건축 이주계획 안정화 방안 연구에 2억 원을 편성해 대규모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사전에 관리하고, 목동운동장 일대 통합개발 사업에 1억 9천만 원을 반영해 중장기 도시 구상을 이어간다. 공공지원 용역 등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에는 1억 3천만 원을 배정해 재건축·재개발 과정의 행정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예산안은 확장 재정이나 선심성 사업보다는, ‘지금 필요한 곳’에 자원을 배분하겠다는 방향성이 분명하다. 특별회계가 큰 폭으로 줄어든 대신 일반회계가 늘어난 것도,특정 사업 중심의 재정보다는 주민 생활 전반을 뒷받침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구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면밀한 성과 분석을 토대로 실효성이 검증된 사업 위주로 예산안을 편성했다”며 “민선 8기 마무리 단계에서 ‘살고 싶은 도시, 살기 좋은 양천’이라는 비전을 구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재정 운영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단순한 숫자의 집합이 아니라, 앞으로의 도시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양천구의 2026년도 예산안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 속에서 삶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선택을 담고 있다. 의회 심의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될 이 예산이 실제 정책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그 답이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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