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빵지순례’? 이젠 ‘특허순례’… 빵에도 지식재산권이 있다!

 

여름휴가철이면 전국을 돌며 맛있는 빵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가 트렌드지만, 이제는 ‘특허순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빵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허청이 2025년 7월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20년간(2005~2024년) 제빵 관련 특허 출원이 총 3,493건으로, 연평균 11%씩 증가했다. 2005년 57건이던 연간 출원 건수는 2024년 416건으로 무려 7.3배나 뛰었다.

 

단순한 맛과 비주얼을 넘어서 건강과 기술력까지 담긴 빵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완도에서는 전복의 비린내를 없애고 풍미를 살린 전복빵이 특허를 받았고, 중소기업은 발아통밀과 한라봉을 활용한 호두과자로 다수의 특허를 획득했다. 중견기업은 전통 누룩에서 분리한 효모와 유산균을 활용한 제빵기술로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았다.

 

지역 특색을 살린 명물빵들도 이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대전의 튀김소보로(특허 제10-1104547호)와 부추빵(제10-1333291호), 천안의 돌가마만주(제10-1803680호), 대구의 통 옥수수빵(제10-1771099호), 부산의 연근팥빵(제10-1848065호), 여수의 돌게빵(제10-2512952호), 안동의 크림치즈빵(제10-2239373호) 등은 단순한 향토음식이 아니라 고유한 제조 기술로 보호받고 있는 ‘특허빵’이다.

 

제빵기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다양한 빵을 만드는 가공기술(47.5%)이며, 이어 기능성 첨가제 기술(29.4%)도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슬로우푸드 트렌드와 맞물려 천연발효종 등 미생물·효소 기반 반죽 기술은 연평균 26.5%라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코리안투데이] 빵 측허 사례 ( 사진 = 특허청 ) © 송현주 기자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따라 빵도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설탕, 고단백, 저지방, 글루텐프리, 비건빵과 같은 ‘헬시 베이커리’ 분야가 두드러진다. 무설탕 빵은 알룰로스나 스테비아 같은 대체당을 사용하고, 고단백 빵은 두부나 유청 단백질을 활용한다. 글루텐프리 빵은 밀가루 대신 쌀, 아몬드, 변성전분 등으로 식감을 조절하고, 비건빵은 아쿠아파바 등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동물성 성분을 대체한다.

 

특허 출원 주체도 흥미롭다. 제빵 특허의 54.4%가 개인, 23.3%가 중소기업으로, 전체의 77.7%가 소규모 출원이다. 일반적으로 특허 출원이 대기업이나 대학·연구기관 중심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이는 제빵산업이 아이디어만으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열린 시장임을 보여준다.

 

특허청 정연우 특허심사기획국장은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빵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제빵기술 특허도 증가하고 있다”며 “K-베이커리가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식재산 분야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기술력과 창의성이 응축된 지식재산이자 지역경제를 이끄는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다. 다음 여행지에선 맛있는 빵을 넘어, 그 빵이 지닌 ‘특허번호’를 함께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

 

 

[ 송현주 기자 : mapo@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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