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꽂은 중년들, 폴리텍에서 인생 2막 ‘스위치’ 켜다

전기 기능장을 따고, 강의실로 다시 들어선 46세 조춘하 씨는 오늘도 학생이다. 경기 침체에 밀려 26년간 몸 담았던 설비 일을 내려놓았지만, 한국폴리텍대학 구미캠퍼스 신중년특화과정에서 다시 배운 전기 제어 기술로 그는 인생 2막을 설계 중이다. 하루 15시간 넘게 책상 앞에 앉아 전기기능장 자격증을 따냈고, 이젠 강의 보조라는 새로운 꿈까지 좇는다.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의지 이상의 설득력을 가진다.

 

이처럼 신중년 세대가 다시 기술을 배우고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한국폴리텍대학의 ‘신중년특화과정’이 대폭 확대된다. 지난 6월 26일 발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교육 대상과 방식, 선택 가능한 기간까지 모두 넓혀졌다. 그동안은 만 40세 이상 구직자에 한정되었던 대상이, 이제는 재직자와 자영업자도 포함되며, 1개월 단기부터 6개월 중장기 과정까지 자유롭게 고를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더 많은 중장년층이 자신에게 맞는 형태로 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일(64세) 씨 역시 이 제도의 수혜자다. 진주캠퍼스에서 전기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재취업을 경험한 그는, 더 높은 경쟁력을 위해 순천캠퍼스 산업설비과에 재도전했다. 결국 에너지관리기능장 자격을 손에 넣은 그는 공조냉동산업기사 자격까지 준비 중이다.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지금 도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는 말은, 수료 전에 취업을 바라보는 그에게 잘 어울린다.

 

 [코리안투데이] 폴리텍대학 교육 안내 자료 (사진 출처 = 고용노동부 ) © 송현주 기자

한국폴리텍대학이 이번에 내놓은 하반기 모집 계획은 3개월 짧은 교육과정까지 포함해 전국 30개 캠퍼스에서 50여 개 전공으로 진행된다. 전기, 기계, 산업설비 같은 전통 기술 분야는 물론, SNS 마케팅, 3D프린팅, 헬스케어 등 새로운 기술 수요에 맞춘 과정도 다양하다. 특히 온·오프라인 혼합 교육과 야간·주말 과정이 포함돼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도 수강이 가능하다.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은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닌, 중장년에게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마련해주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며, 수요자 중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력과 경험이 축적된 신중년층이 다시 일터에 설 수 있도록 실무 중심 교육과정을 꾸준히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모든 교육은 무료이며, 자세한 모집 일정과 과정 정보는 폴리텍대학 누리집(www.kopo.ac.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강릉의 발전설비과, 인천의 스마트전기과, 서울의 의료정보과, 울산의 신재생에너지설비용접 등 지역별 특화 과정을 포함해, 다양한 직종에서 신중년을 위한 맞춤 교육이 준비되어 있다.

 

‘퇴직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는 시대다. 일찍 퇴직한 이들이 다시 기술을 익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이 흐름은 단순한 개인의 생존 전략을 넘어서고 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오늘날, 평생학습과 직업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한국폴리텍대학이 있다.

 

퇴직 후 기술을 다시 배우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신중년들. 이들의 도전은 ‘나이’라는 틀을 깨고 ‘가능성’이라는 새 판을 짠다. 그리고 그 판을 만드는 손은, 여전히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 자신의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의 힘이다. 40대 이후에도 “지금 공부 중입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회, 그 첫걸음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

 

[ 송현주 기자 : mapo@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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