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동에 ‘벚꽃 없는 벚꽃축제‘’ 였지만 이웃의 온기를 나눈 이들이 있다. 벚꽃도, 맑은 날씨도, 편한 상황도 아니었지만 오직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뭉쳐 축제를 준비하고, 결국 첫걸음을 내딛은 사람들이다. 지난 4월 5일 오후 3시, 신도림동 안양천 데크에서 신도림동 축제추진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발족식을 가졌다. 이 자리는 단순한 시작이 아니라, 마을의 자긍심과 주민의 결속을 다지는 따뜻한 약속의 자리였다.
사랑하는 동네에 ‘주인의식’을 더하다
신도림동 축제추진위원회는 구성부터 특별하다. 마을 봉사단체의 현역 단체장이 아닌 전임 주민자치위원장 선후배 3인을 포함해 신도림동의 전임 단체장, 현역 통장님, 그리고 시의원과 구의원 등 다양한 구성원 총 34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오랜 시간 신도림동을 위해 헌신해온 이들이 주축이 되어, 다시 한 번 마을을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 [코리안투데이] 신도림동 축제추진위원회 회원단체 사진 ©송정숙 기자 |
이들이 축제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명확하다. 도림천과 안양천이 품고 있는 벚꽃이라는 명물을 중심으로, 신도림동만의 독특한 지역 축제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었다.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매년 이어질 수 있는 전통 있는 동네 대표 축제로 성장시켜 주민들의 자부심을 고양하고, 더 나아가 ‘동네를 사랑하는 주인의식’을 북돋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뜻이 좋다고 모든 조건이 따라주는 것은 아니다. 축제 준비는 순탄치 않았다. 연초 몇몇 발기인이 모여 준비를 시작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인해 국가적 애도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벚꽃의 개화 시기마저 불확실해졌다. 거기에 행사 당일은 봄비까지 예보되며 추진위는 진퇴양난에 놓였다.
벚꽃은 없어도, 마음은 활짝 피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위원회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집행부 회의에서 “우리가 함께하자는 뜻 만큼은 비가 와도 꺾을 수 없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모두가 십시일반 찬조해 준비한 행사로 발대식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정식 축제라기보다, 신도림동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조촐한 출발점이자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의 선언이었다.
![]() [코리안투데이] 류종수 부위원장의 행사 진행 사진( 前 신도림동 주민자치위원장) ©송정숙 기자 |
임원진으로는 조종휘 추진위원장을 필두로, 정병락 고문과 박석희 자문위원이 함께했고, 류종수·손미라·양희창·이정식·조혜진 부위원장, 그리고 이은영 총무 등 실무를 이끌 주요 멤버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그간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해온 인사들이며, 지역 사회에 대한 애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준비를 이끌었다.
당일 행사는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예정대로 안양천 데크에서 진행되었다. 데크에는 비닐을 덮고 간이로 마련한 공간에서 약간의 먹거리를 준비했다. 인근을 지나는 주민들께 떡을 나눠드리며 따뜻한 인사를 건냈고, 비 속에서도 웃음과 덕담이 오가는 훈훈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비록 벚꽃은 피지 않았고, 행사는 작고 소박했지만, 오히려 그 자리는 지역 공동체의 깊은 정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지역 축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다
이번 신도림동 축제추진위원회의 발족은 단순히 하나의 동네 행사가 아니라, 자발적인 주민 참여와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한 지역 축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어느 조직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가 “우리 마을을 더 사랑하자”는 마음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와 같은 변수가 많은 시기에도 “상황을 핑계 삼지 않고, 최소한의 예의와 다짐만큼은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행사를 이끌어낸 추진위의 결단력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용한 감동 속에서 열린 이 발족식은, 앞으로 신도림동에서 펼쳐질 다양한 공동체 활동의 기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 주도의 자발적 문화 활동은 단순한 지역 발전을 넘어, 마을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이러한 활동은 ‘사람 냄새 나는 동네’의 가치를 지키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비 오는 날, 벚꽃 없이 열린 이 소박한 시작은 어쩌면 진짜 축제의 본질을 되새기게 하는 장면이었다. 형식이나 규모가 아닌, 마음과 참여로 채운 자리였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신도림동 축제추진위원회는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더욱 풍성한 축제를 만들기 위해 발걸음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리고 오는 가을, 다시 한 번 ‘신도림 가을축제’로 주민 곁을 찾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봄이 시작이었다면, 가을은 더 많은 주민과 함께하는 화합의 장이 될 것이다. 다가오는 가을, 여러분의 따뜻한 참여와 관심이 신도림동의 내일을 더 아름답게 만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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