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이 보여준 조용한 마음의 공동체

 

지난 5월 19일, 서울대학교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자원봉사자들이 낙산공원에 모였다.

이 자리는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라, 오랜 시간 말기 환자와 함께해 온 자원봉사자들이 봉사의 본질과 방향성을 다시 되새기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코리안투데이]  서울대학교병원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 모임에서 환한 미소로 다시 만나다. © 김민재 기자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는 다양한 종교와 배경을 가진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그날 모임에는 기독교계 목사와 장로, 불교계 스님까지 함께했으며,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아픔 곁에 머무르며 돌봄을 실천해 왔다.

 

한 스님은 『금강경』의 가르침을 인용했다. “내가 법문을 설했다고 말하지 말라. 내가 법문을 설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나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이 말은 ‘내가 도움을 주었다’는 마음조차 내려놓는 수행자의 겸손한 마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내가 봉사했다는 마음조차 내려놓고, 다만 함께 머무는 것 자체가 수행이라며, 자비희사의 사무량심을 바탕으로, 자비와 지혜의 보리심을 실천하는 마음을 조용히 전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그 자리에 모인 자원봉사자들의 마음과도 깊이 닿아 있었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의료진과 환자 가족 사이의 감정의 간극을 부드럽게 메우며 삶의 마지막 길목을 동반하는 존재로 조용히 머물러 왔다.

 

한형숙 간호사는 말했다. “봉사자들은 단순한 손길이 아니다. 의료진과 가족 사이의 정서적 거리를 채워주는 존재다. 신체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치유는 심리적·정서적 공감에서 시작된다. 이를 가장 섬세하게 채워주는 이들이 바로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는 또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의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단절되지 않았다. 코로나 시기에도 조별 모임을 이어가며 끈끈한 유대를 지켜 온,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사례다. 그들의 조용한 실천은 서울대병원의 품격을 만드는 근간이다.”

 

서울대병원 자문형 호스피스 체계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초기 상담과 육체적·정서적 돌봄 안내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들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서 의료팀과 함께 돌봄의 핵심을 구성하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의료 중심적 구조 속에서 정서적·영적 치유의 중요성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호스피스는 치료가 아니라 치유의 과정이어야 한다.” 이 말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많은 봉사자들이 공감하는 메시지다.

 

▲     ©김민재 기자

 

이들은 자신을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그저 곁에 머물며 함께 걷는 동반자, 기꺼이 울고, 웃고, 기다려주는 사람으로 여긴다. ‘무엇을 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환자와 가족의 곁에 머무르며, 존재 그 자체로 치유를 전한다.

 

🌱 이날 제안된 실천 과제

   사별가족 돌봄 체계 마련 및 봉사자 교육 확대

   퇴임 봉사자에 대한 예우 및 감사의 장 마련

   다학제 팀 기반의 정기 교류 및 슈퍼비전 체계 도입

   조 간 교류를 통한 유대 강화와 연대성 확대

   요일별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 확대

 

이 이야기는 드러냄보다 머무름을, 소리보다 침묵을 선택한 이들의 진심 어린 기록이다. 그들은 말하지 않는다. 다만, 함께 머무르며 치유의 빛을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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