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보다 더 뜨거운 법의 심판”…폭염 속 사망사고에 첫 중대재해처벌 유죄 판결

대전의 한 건설현장에서 폭염 속에 일하던 하청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인정, 원청 대표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여름철 온열질환에 따른 중대재해 발생 시 원청 책임자에게 실질적인 처벌이 내려진 첫 사례 중 하나로,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경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13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사 원청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2022년 7월,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이던 하청노동자가 폭염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당시 현장의 체감온도는 35도를 웃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원청이 폭염이라는 명백한 유해·위험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지 않았으며,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와 매뉴얼 마련도 소홀했다고 판단해 기소에 나섰다. 특히 현장소장은 최소한의 휴식 공간, 냉방 장비, 음료 제공조차 마련하지 않았고, 노동자에게 열사병 예방 교육도 시행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고, 유사 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했고, 유족과의 원만한 합의를 이뤘으며 유족 측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사건은 폭염 상황에서 사업장의 보건조치 미흡이 곧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특히 2024년 개정된 산업안전 규정에 따르면, 체감온도 31도 이상 작업장은 ‘폭염작업’으로 분류돼 사업주의 특별한 관리 의무가 부과된다. 기상청의 ‘폭염 영향예보’에서 이 온도는 관심단계에 해당하며, 실제로 온열질환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노동자의 약 73%가 31도 이상 환경에서 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사업주는 폭염작업이 예상되는 경우 온습도계를 통해 체감온도를 측정하고 이를 연말까지 기록·보관해야 한다. 또한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장소엔 음료수를 충분히 비치하고, 폭염작업자에게 온열질환 예방 교육 및 응급조치 요령을 사전에 숙지시키는 것이 의무화됐다.

 

열사병 증세가 의심될 경우 즉각적인 대응 역시 중요하다. 사업장은 소방서 등 긴급기관에 지체 없이 신고하고, 의심 증세가 있는 근로자를 곧바로 현장에서 이탈시켜야 하며, 필요시 병원 후송 조치도 병행해야 한다. 실내외 작업장을 막론하고 적절한 휴식 시간과 시원한 쉼터 제공도 기본 중의 기본이다.

 

 [코리안투데이] 본 기사 내용 관련 AI 생성  © 송현주 기자

이번 판결은 그동안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이 위험한 수준으로 방치돼 왔던 구조적 문제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여름철 폭염이 일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더워도 일해야 한다’는 관행적 인식 대신, ‘더우면 위험하다’는 산업안전의 기본원칙이 현장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가오는 여름, 또 다른 열사병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제도만이 아니다. 일선 현장에서 이를 실천에 옮기는 ‘진짜 의지’가 함께할 때만이,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 송현주 기자: mapo@thekoreantoday.com ]

 

기사 원문 보기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남기기

📱 모바일 앱으로 더 편리하게!

코리안투데이 동대문를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언제 어디서나 최신 뉴스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