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는 내 얼굴이 ‘불안’하다고 판단되었다. 내가 알기도 전에, 인공지능은 내 감정을 읽고 있었다. 아니, ‘읽으려’ 하고 있었다.
감정 인식 AI는 이제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든 분석할 수 있다. 얼굴 표정, 눈 깜빡임, 말투, 목소리의 높낮이, 심지어 타이핑 속도와 마우스 움직임까지. 이런 데이터를 조합해 AI는 ‘당신이 지금 기분이 어떤지’를 예측한다. 처음엔 그저 놀라웠다. 하지만 점점 섬뜩해진다. 내가 내 감정을 스스로 정의하기도 전에, 기계가 먼저 판단하고 반응하는 세상. 그 속에서 나의 감정은 누구의 것일까?
이 기술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기업은 고객의 감정을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띄우고, 학교는 학생의 수업 집중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면접에서는 감정 AI가 ‘긴장 지수’를 분석하고, 병원에서는 우울증 여부를 판단한다. 겉보기에 이 기술은 효율적이고 똑똑하며, 사람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 [코리안투데이] 감정 인식 AI와 프라이버시의 경계 © 김미희 기자 |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는 감정이 단순히 ‘표정’이나 ‘톤’으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웃는 얼굴 뒤에 슬픔이 있을 수 있고, 무표정 속에도 기쁨이 있을 수 있다. 감정은 맥락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AI는 수천만 개의 얼굴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으로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숫자로 환원하려 한다.
더 큰 문제는 프라이버시다. 우리는 동의 없이도 수많은 감정 데이터를 무심코 제공하고 있다. 공공장소의 CCTV, 스마트폰 앱, 온라인 시험, 리모트 미팅 도중 켜진 카메라까지. “이용에 동의하십니까?”라는 형식적인 클릭 한 번이 모든 감정 데이터를 넘기는 열쇠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이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다. 감정 인식 기술은 편리함 뒤에 차별과 감시를 은밀히 숨긴다. 감정이 표준화되고, ‘이런 감정은 좋은 감정’, ‘이런 표정은 불량한 사용자’라고 판단될 때, 우리는 또 다른 감정 독재에 놓이게 될 수 있다.
감정은 인간만이 가진 가장 복잡하고 고유한 언어다. 그것을 AI가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그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술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라도 멈춰 서서 묻자. “나는 지금 나의 감정을 보호받고 있는가?”
감정을 읽는 시대, 우리는 더욱 감정에 대해 민감해져야 한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감정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 김미희 기자: incheonsouth@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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