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단체 활동 공백이라는 말조차 무색하게, 스스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군 복무로 인해 그룹 활동은 잠시 멈춰 있지만, 정작 이들의 음악은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 위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재생되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방탄소년단(BTS) 지민이 스포티파이의 11월 29일짜 한국 아티스트 차트에서 800일째 정상에 오르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스포티파이는 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2위인 애플 뮤직에 비해 2배 가량의 구독자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음악 스트리밍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며 현대의 세계 음악 시장을 주도하는 앱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사진제공: 빅히트 뮤직) ⓒ 박찬두 기자 |
스포티파이가 발표한 ‘2025년 연말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K-팝 아티스트’ 부문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활동의 부재와 영향력의 약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는 통념은, 이 보고서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부재 속에서도 존재가 더 선명해지는 역설, 방탄소년단은 지금 그 역설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번 데이터의 핵심은, 그룹과 솔로 활동이 따로 떨어진 두 개의 곡선이 아니라 하나의 큰 흐름으로 만난다는 점이다. 2025년 스포티파이 집계에서 방탄소년단은 단체 활동 없이도 글로벌 K-팝 아티스트 스트리밍 1위를 지켰다. 동시에 ‘글로벌 K-팝 최다 스트리밍 곡’ 순위 상위권은 멤버들의 솔로곡이 굳건히 점유했다.
지민의 솔로 2집 타이틀곡 ‘Who’는 3위, 진의 솔로 2집 타이틀곡 ‘Don’t Say You Love Me’는 4위, 정국의 솔로 싱글 ‘Seven (feat. Latto)’는 8위를 차지했다. 하나의 그룹에서 파생된 여러 이름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는 대신, 각자의 곡이 다른 언어와 청취자에게 닿은 뒤 다시 ‘BTS’라는 중심을 향해 되돌아오는 듯한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곡들은 K-팝이라는 틀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Who’와 ‘Don’t Say You Love Me’는 K-팝 카테고리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전체 스트리밍 곡 순위(Top 50 most played songs worldwide)에서도 각각 26위와 42위에 이름을 올렸다. K-팝이라는 장르 구분, 한국어라는 언어의 경계가 모두 걷힌 뒤에도 여전히 남는 자리다.
이 순위는 특정 팬덤의 충성심만으로 올라갈 수 있는 지점이 아니다. 곡의 멜로디, 구조, 편곡의 완성도, 보컬이 품은 감정선이 각기 다른 문화권의 청자에게 자연스럽게 도달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결과다. “K-팝이라서 듣는다”가 아니라, “그냥 좋아서 듣는다”는 영역으로 옮겨간 음악만이 도달할 수 있는 위치다.
국내 차트의 풍경 역시 이 흐름을 증명한다. 스포티파이 한국 차트에서 지민은 3년 연속 ‘한국 최다 스트리밍 아티스트’ 1위 자리를 지켰고, 그 뒤를 진과 정국이 나란히 이었다. 세계에서의 인기가 국내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에서의 파급력이 한국에서의 음악 소비를 자극하고, 국내에서 형성된 충성도 높은 청취가 다시 글로벌 지표를 떠받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특히 정국은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곡들의 누적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합계가 100억 회를 돌파했다. 숫자의 크기를 잠시 가늠해 본다면, 이는 더 이상 한 명의 가수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레이블이자 플랫폼”처럼 작동하는 존재에 가깝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 모든 데이터는 결국 같은 질문으로 모인다. “군백기(군복무 때문에 그룹 활동을 잠시 쉬는 기간)데, 왜 여전히 이렇게 강한가.” 해외 주요 외신들은 방탄소년단의 이번 성과를 두고 “군 복무 중에도 흔들림 없는 향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는 멤버들의 솔로 활동을 단순한 공백 메우기나 팬서비스 차원이 아닌, 전략적 전환으로 해석한다.
공백기 동안 각자의 색이 분명한 솔로 앨범과 싱글들을 선보인 것은, 팬심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청취층을 유입시키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장르와 정서를 지닌 곡들이 세계 각지에서 독립적으로 소비되는 동안, 그 출발점이 모두 ‘BTS’라는 사실은 강력한 브랜드 인식으로 축적된다.
국내 언론은 이를 K-팝의 계보 속에 놓고 읽는다. “방탄소년단이 K-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문장은 더 이상 과장된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로 뒷받침되는 진술에 가깝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팬덤의 열광이라는 한 단어로 수렴되지 않는다.
국내 보도와 전문가 평가는 이들의 곡이 높은 음악적 완성도, 치밀한 서사 구조, 그리고 세대와 국경을 가로지르는 메시지(자기 수용, 연대, 위로, 사회적 질문 등)를 통해 팬덤 바깥의 청중에게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ARMY’라는 거대한 팬덤은 분명 강력한 엔진이지만, 그 엔진이 계속 돌아가는 이유는 결국 연료로 공급되는 음악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스포티파이 데이터에 나타난 현상을 “팬덤의 조직적인 스트리밍 노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속성”이라고 정리한다.
이 지속성의 배경에는 멤버 개개인의 뛰어난 솔로 역량이 자리한다. 각자의 음악 세계를 갖춘 아티스트들이 그룹이라는 이름 아래 모였기에, 공백기에도 이름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다각도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좋은 팀에는 좋은 솔로가 있다”는 평범한 말이, 방탄소년단의 경우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각자의 세계를 가진 솔로들이 있을수록, 팀의 세계는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는 명제로 바뀌는 듯하다.
스포티파이 4년 연속 정상 등극 소식은 2026년 완전체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그 어느 때보다 크게 키우고 있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위버스(Weverse, 팬 커뮤니티 플랫폼)를 통해 멤버들이 함께 작업하는 스튜디오 사진, 근황을 담은 메시지 등을 간헐적으로 공개하며 팬들과의 연결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봄 새 앨범 발매와 대규모 월드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탄소년단의 복귀는 단순한 ‘컴백’이 아니라, 전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판도를 다시 짜는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의 귀환은 음악 산업을 넘어 경제 지표에도 영향을 준다. 과거 서울에서 열린 단 한 번의 콘서트가 최대 1조 2천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해외 팬들이 만들어내는 항공·숙박·관광·소비의 연쇄 효과, 콘서트 관련 상품(머천다이즈)과 연계 콘텐츠 산업까지 고려하면, 방탄소년단의 활동은 하나의 ‘문화 이벤트’를 넘어 경제적 ‘메가 이벤트’로 기능한다. 전문가들은 2026년 완전체 컴백이 K-팝 산업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에도 체감 가능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결국, 활동 공백이라는 단어는 방탄소년단 앞에서 다른 의미를 띠게 된다. 물리적으로는 무대에서 잠시 물러나 있지만, 스포티파이의 연말 보고서 속 그래프는 이들이 여전히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음을 말이 입증한다. 솔로로 나뉜 이름들은 스트리밍 데이터 위에서 다시 하나의 궤적으로 모이고, 그 궤적의 정점에는 네 해 연속 같은 자리를 차지한 ‘BTS’라는 세 글자가 조용하지만 밝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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