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설경을 바라보며 감사 기도를 드리던 한 할머니.
그분은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실명한 아들에게 자신의 한쪽 눈을 내어주고도
“이게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라 말하던 분이었습니다.
후손을 위해 장사를 다니며 작은 행복에도 감사하던 그 삶은
가시나무새처럼 조용히, 끝없이 사랑을 건네는 위대한 모성의 이야기였습니다.
![]() [코리안투데이] 머릿돌 54. 한쪽 눈을 내어준 사랑, 감사로 살아가는 한 어머니 © 지승주 기자 |
열차 안, 창밖으로 눈 덮인 들판이 펼쳐지던 겨울날이었습니다.
기자였던 나는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지막이 기도하고 계신 한 할머니를 옆자리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여쭈었습니다.
“무엇을 그리 간절히 기도하시나요?”
할머니는 조용한 미소를 머금고 차창 밖을 가리키며 말씀하셨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설경이 얼마나 아름다워요.
이걸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지요.”
그때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시를 쓴다며 감성을 논하던 내가,
정작 그 아름다움을 감사할 줄 모르고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뒤이어 눈에 띄는 안대가 있어 이유를 여쭈었습니다.
할머니는 담담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몇 년 전에 아들놈이 사고로 눈을 못 보게 됐어요.
그래서 제 눈 하나를 주었지요.
아들이 다시 세상을 볼 수 있으니, 그게 얼마나 큰 복인지 몰라요.”
그 말은 가슴 깊숙이 울렸습니다.
자식에게 기꺼이 몸의 일부를 떼어줄 수 있는 사랑,
그 희생을 “하나님의 축복”이라 말하는 믿음…
이것은 누가 흉내낼 수 있는 삶이겠습니까.
할머니는 생활도 넉넉지 않았습니다.
남대문 시장에서 생필품을 떼어 시골 장터를 돌며 파는 행상을 하셨습니다.
자식들은 제 삶에 바빠 어머니를 돌볼 여유가 없다고 하셨지만,
할머니는 오히려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손자들 학비라도 보태주려면 얼른 벌어야지요.
경기가 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건강을 주시니 감사해요.”
그리고는 나지막이 찬송가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
그 목소리는 깊고 따뜻해서,
내 마음속에 오래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언제나 자식 먼저였던, 희생과 사랑만 남기고 가셨던 어머니…
아들에게 한쪽 눈을 주고도,
불편한 몸으로 행상을 다니면서도,
감사와 기도, 그리고 찬송을 멈추지 않는 한 할머니의 모습은
가시나무새의 삶과 닮아 있었습니다.
새끼를 위해 평생 날아다니다가
마지막 순간 가장 슬픈 노래를 부르며 가시에 가슴을 찌르는 가시나무새처럼,
그분의 삶은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조용한 헌신이었습니다.
나는 그날 이후로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저녁이면 하루를 무사히 보냈음에 감사하는 일상.
그분은 분명,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신 한 분의 천사였습니다.
가시나무 할머니.
그분이야말로, 이 시대의 성인(聖人)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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