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주기만 했던 누님: 희생으로 완성된 한 사람의 생애

 

가난했던 시절 온 가족을 위해 평생을 바친 누님.

자신의 청춘과 건강을 다 내어주고도 끝내는 수술비가 미안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누님의 이야기.

희생 앞에서 무너지는 이기심, 그리고 마지막까지 동생을 지킨 누님의 사랑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코리안투데이] 머릿돌64. 사랑으로 사라진 한 생애, 우리에게 남긴 깊은 질문  © 지승주 기자

 

가난한 집의 장녀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해야 했던 누님이 있었다.

 

갓 손에 물이 마를 나이에도 자기 꾸밀 시간 한 번 없이

번 돈을 모조리 고향집에 보내며

동생들의 앞날을 위해 주저앉지 않고 견뎌냈던 사람.

 

봉제공장의 먼지를 뒤집어쓰며 밤낮없이 일했고,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그저 “동생들이라도 잘 되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버티며

동생 셋을 대학까지 보냈다.

 

사랑했던 남자와의 인연도

“내가 이 집안의 짐이 되면 안 된다”는 이유로 눈물로 보냈고,

그렇게 누님의 젊음은 희생으로만 채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이상해 약으로 버티다가 결국 쓰러졌고

병원에서 내려진 진단은 위암 말기.

 

다행히 수술하면 살 수 있다는 말에

누님은 떠오르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건다.

 

“동생아, 수술을 해야 하는데… 3천만 원이 든다더라.”

 

하지만 미국에 사는 큰동생은 골프를 치다 말고

“누나, 내가 그 돈이 어딨어?”

하며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끊는다.

 

둘째 동생 역시 변호사였지만

“요즘 수입이 없어”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냉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마지막 기대를 걸고 막내에게 전화를 했을 때,

막일하며 근근이 살던 막내 부부는

단숨에 병원으로 달려왔다.

 

“누나, 집 보증금 빼왔어. 이걸로 수술합시다.”

 

누나는 그 말에 울음을 삼키며

그동안 자신의 희생보다

막내의 어려운 형편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

보호자로 함께 지켜보던 올케가 잠든 사이

누나는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병원을 나섰다.

그리고 찬바람 속 횡단보도에서

다가오는 자동차 불빛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누나가 남긴 마지막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막내야, 올케야… 고맙다.

내가 마지막이라도 보험을 들어놔서

조금은 보탬이 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죽어서도 너희를 지켜줄게.”

 

그러나 누님의 사망보험금이 크다는 소식을 들은 두 형들은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음에도

막내 부부를 협박하며

“똑같이 나누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위협했다.

 

막내는 누나의 뜻을 지키고자

모든 두려움에도 소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법정에서 판사가 누나의 휴대폰 속 마지막 메시지를 읽자,

두 형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삶은 참 그렇다.

사람의 진심은 어려울 때 드러나고,

희생 앞에서는 누가 진짜 가족인지도 드러난다.

 

그 누님은 성자와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자신의 삶은 한없이 비우고,

동생들을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결국엔 막내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사랑을 남겼다.

 

우리가 누나·형·부모님·그 시절의 어른들을

함부로 ‘꼰대’라 부를 수 없는 이유는

그분들이 한국 사회의 밑거름이 되어준 세대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극도의 개인주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참된 우정과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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