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살아있다 – 고조선 편] 제22화: 고조선과 현대 한국 – 우리에게 고조선이란
THE KOREAN TODAY
역사는 살아있다
고조선 편
제22화: 고조선과 현대 한국 – 우리에게 고조선이란
2025년 10월 3일, 개천절. 전국 곳곳에서 태극기가 펄럭인다. 4,358년 전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운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런데 잠깐. 우리는 정말 고조선을 알고 있는가? 신화인가, 역사인가? 왜 남한과 북한은 고조선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가? 1962년 폐지된 단군기원은 왜 다시 거론되지 않는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고조선은 단순한 고대사를 넘어 정체성의 문제다. K-POP이 전세계를 휩쓸고, 한국 영화가 오스카를 석권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4천년 전 건국신화를 공휴일로 기념한다. 이것은 보수성인가, 아니면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지혜인가?
◆ 시대의 풍경 – 고조선 인식의 변천
1897년 10월 12일, 고종 황제는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단군을 국조(國祖)로 공식 선포했다. “우리 황실은 단군의 적통을 계승했다”는 선언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다. 수백 년간 명·청의 사대주의 아래서 억눌렸던 민족 정체성이 비로소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1910년 일제 강점이 시작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조선총독부는 체계적으로 단군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일제 식민사학자 이마니시 류(今西龍)는 1929년 『단군考』에서 단군을 “전설”로 치부했다. 단군을 신화로 격하시키는 것은 조선이 스스로 국가를 건설할 능력이 없었다는 식민사관의 핵심이었다.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하자.”
– 19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호 결정 당시
◆ 해방 후 고조선의 부활
📅 1948년 9월
대한민국 제헌국회, 단군기원(단기)을 공식 연호로 채택. 서기 1948년은 단기 4281년이 됨
📅 1949년 10월
국경일에 관한 법률 제정. 개천절(10월 3일)을 국경일로 지정하여 고조선 건국을 공식 기념
📅 1962년 1월
박정희 정부, 단기 폐지하고 서기(西紀) 채택. “국제 교류의 실용성” 이유로 전격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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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948년 대한민국 건국 당시 단기 4281년으로 표기된 공문서와 현재 서기로 표기된 공문서를 나란히 비교한 모습]
📜 그날의 현장 – 1962년 1월 1일
“오늘부터 단기는 사라집니다. 서기만 사용하십시오.”
한 공무원이 창고 한켠에 쌓인 단기 4295년 달력을 바라본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모든 공문서에 단기를 사용했다. 졸업장에도, 신문에도, 심지어 산수 문제에도 “단기를 서기로 바꾸시오”라는 문제가 나왔다. 이제 그것은 모두 역사가 된다. 할아버지는 “우리 것을 버리는 거냐”며 한숨을 쉬고, 젊은이는 “세계와 소통하려면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한다. 4,295년의 시간이, 하룻밤 사이에 1,962년으로 줄어들었다.
◆ 남과 북, 엇갈린 고조선
1993년 10월 2일, 북한이 폭탄선언을 했다. “단군릉을 발굴했다. 단군의 유골을 찾았다.” 평양 강동군에서 발굴된 이 무덤에서 나온 인골의 탄소연대측정 결과는 기원전 3018년이라고 북한은 주장했다. 이로써 북한은 “5,000년 역사”를 공식화했다.
남한 학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무덤의 형태는 명백히 고구려 시대(3~4세기)의 적석총이었다. 금동관 역시 삼국시대 양식이었다. “고구려인이 3,500년 뒤에 단군의 유골을 이장했다”는 북한의 설명은 학술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북한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하고 동구권이 무너지자, 북한은 새로운 정통성이 필요했다.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세습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5,000년 전 단군으로부터 시작되는 “평양 중심의 역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평양을 “대동강 문명”의 발상지로 격상시키고, “세계 5대 문명” 운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한 인식
기원전 2333년 건국, 청동기 문화 + 신화적 요소
북한 인식
기원전 3018년 평양 출생, 5,000년 역사 강조
공통점
민족 정체성의 근원, 국가 건국의 시작
차이점
역사성 해석, 영역 인식, 정치적 활용도
🔍 학계의 시각
주류 견해
고조선은 실존 국가이나 건국 연대와 단군 실존 여부는 신중히 접근. 청동기 문화 고고학적 증거 중심 해석
대안적 견해
단군은 제사장 직책명. 47명의 단군이 1,908년간 통치. 고조선 영역도 요서-요동-평양으로 이동
◆ 오늘 우리에게 묻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다. K-POP, K-드라마, K-영화가 전세계를 사로잡는다. 반도체, 배터리, 조선, 자동차에서 글로벌 리더다. 그런 우리가 왜 여전히 4,358년 전 고조선을 이야기하는가?
답은 “정체성”이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건국 이념은 대한민국 교육기본법 제2조에 그대로 새겨져 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이 정신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K-방역으로, 한류 콘텐츠로, 개발도상국 원조(2021년 DAC 가입)로 실현되고 있다.
| 구분 | 고조선 시대 | 현재 |
|---|---|---|
| 건국 이념 | 홍익인간 (弘益人間) | 교육기본법 제2조에 명시, K-브랜드 철학 |
| 기념일 | 10월 제천 행사 | 개천절 (국경일, 공휴일) |
| 정체성 | 동아시아 독자 문명권 | 글로벌 문화 강국, 선진국 (2021년 선진국 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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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2025년 개천절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태극기, 그 뒤로 현대적 빌딩숲이 보이는 모습 – 전통과 현대의 공존]
📚 더 깊이 알아보기
- 2007년 교육부는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하였다고 한다”를 “건국하였다”로 교과서 표현 변경. 역사성 부분 인정
- 국립중앙박물관 고조선실에서 비파형동검, 고인돌 모형 등 고조선 문화 확인 가능 (무료 관람)
- 2021년 대한민국은 UN 개발협력위원회(DAC) 가입으로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전환. 홍익인간 정신의 현대적 실천
살아있는 역사의 목소리
고조선은 박물관 유리관 속 유물이 아니다. 2025년 10월 3일, 우리가 개천절을 쉬는 그 순간, 4,358년 전 단군의 홍익인간 정신이 현재형으로 살아 숨쉰다. BTS가 유엔 연설에서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할 때, 넷플릭스 K-드라마가 전세계 1억 가구를 감동시킬 때, 대한민국이 코로나 백신을 개도국에 무상 지원할 때, 우리는 홍익인간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신화와 역사 사이, 우리는 여전히 서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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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편 (총 2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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