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에는 인성교육이 더욱 절실
명시를 암송하는 것은 최고의 시교육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인성교육이다. 과거에는 고전을 암송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고전을 배우지만 암송하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경전을 교육해도 시암송처럼 인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더구나 정보화시대에는 인성교육이 더욱 절실한데 시를 암송하면 아름답고 교훈적인 시구를 암송하기 때문에 저절로 인성교육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시암송은 최고의 인성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코리안투데이] 시집을 읽고 있는 여학생 모습 © 박찬두 기자 (AI 생성된 이미지) |
시암송은 최고의 창작교육이다
시암송은 또한 최고의 시 창작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시를 한 편 암송하는 것은 한 송이의 꽃을 가슴에 심는 것이라고 했다. 100편을 암송하면 100송이의 꽃이 가슴에서 피어나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발하는 것과 같으니, 어찌 심미적 감성이 풍부해지지 않을 것인가. 3년 동안 명시 100편을 암송하게 하는 서울 마포의 동도중학교 학생들이 각종 글짓기 대회에 나가 상을 타오는가 하면, 글쓰기 실력이 탁월하여 다른 과목 선생님들도 놀라게 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시암송은 최고의 글쓰기 교육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 교육의 핵심은 시암송었다
알고 보면 시암송은 그 전통이 수 천 년이나 된 오랜 전통이다. 공자 교육의 핵심은 시암송이었다. 공자는 당시 유행하던 노래를 3,000여 편을 모아서 그중에서 다시 300여 편을 뽑아 모아 『시경(詩經)』이라는 위대한 경전을 만들었다.
종교의 초기경전들은 시의 형태
물론 대부분의 초기 종교 경전들은 대부분 시의 형태로 암송되었다. 기독교의 『성경』 중 ‘시편(詩篇)’이 시의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불교의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나 『법구경(法句經)』 등도 시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도교의 경전인 『노자(도덕경)』도 시의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경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초기 경전들은 시의 형식으로 되어 있고, 이것들이 암송을 통해 전해졌으며, 이를 통해 신도나 제자들을 교육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시암송이 종교 탄생의 힘이요, 진리 전달의 핵심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자는 아들에게도 시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
이 중에서도 『시경』이 유교의 대표적 경전인 사서삼경(四書三經) 중에서도 가장 권위가 높은 삼경(시경, 서경, 역경)의 하나로 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경』을 중요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자는 백어(伯魚)라는 아들에게 시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를 배우지 않으면 얼굴을 담장에 대고 있는 것과 같고,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공자는 시가 선한 마음을 발흥시키며, 마음에 사특함을 없앤다며 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시경』의 시 300여 편을 암송하면서도 정사(政事: 정치를 행하는 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면 아무리 시를 많이 암송한들 어디에 쓰겠느냐며, 시암송이 정사를 잘하는 능력 있는 제자로도 키우는 중요한 방법이었음도 알 수 있게 한다.
공자는 시를 암송하는 제자에게 조카를 시집보내다
공자가 얼마나 시를 암송하는 것을 높게 평가하고 가치 있게 평가했다면 자신의 형님의 딸을 시를 암송하는 젊은이에게 시집을 보냈을까. 공자는 ‘남용(南容)’이라는 젊은이가 『시경』이라는 시 중에서 ‘백규(白圭)’라는 시를 하루에 세 번 암송하자 그의 인성과 인격 보고는 형의 딸을 그에게 시집보냈다고 한다. 공자가 시를 암송하는 젊은이에게 시집을 보냈다는 이 구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서(四書)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것이 『시경』의 시이고 보면, 유교의 성현들은 모두가 시를 사랑했고, 시를 통해 제자들을 교육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은 시인의 나라였다
『시경』이 조선왕조 500여 년 동안 과거시험의 중요한 과목의 하나로 되면서 문무 관리들은 모두 시 300여 편의 시를 거의 암송할 정도로 공부를 했을 것이다. 그 영향으로 조선의 무인과 문인은 대부분 시를 암송하고 시를 쓰는 경지에 이른 다. 사실 조선은 시인의 나라라는 세계사의 유례가 없는 나라였다.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공자가 『시경』의 시 삼백여 편을 모두 현가(絃歌)했다고 한다. 현가란 거문고 같은 현악기로 연주하고 노래로 불렀다는 것이다.
시암송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돈독하고 후덕한 인성을
시암송은 사람을 따뜻하고 부드럽고 돈독하고 후덕하게 한다(溫柔敦厚)는 『예기(禮記)』의 말은 참으로 타당한 말이다. 우리 사회가 어린 시절부터 독서교육이다, 토론 교육이다, 논술교육이다 하며 난리를 피운 지 오래다. 이로 인해 따뜻하고 부드럽고 돈독하고 후덕한 인간이 아니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냉철한 사고를 하는 사람을 만들기에 급급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런 사람을 만들기보다 먼저 시 암송을 통해 따뜻하고 부드럽고 돈독하고 후덕한 사람, 다시 말해서 인간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외에도 시암송은 암기력, 언어능력, 논술 능력, 창작 능력, 학습 능력, 심미적 감성 등을 매우 향상하게 하는 매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시암송은 치유효과도 크다
시암송의 놀라운 효과 가운데 치유(治癒) 효과도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이별했을 때 이형기의 ‘낙화(落花)’ 라는 시를 수백 번 암송하면서 이별의 슬픔을 극복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나서는 김소월의 ‘초혼’ 을 수백 번 암송하면서 사별의 슬픔을 극복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에서 죄인 라스콜리니코프를 창녀인 소냐를 통해 구원하고 있다. 종교나 철학뿐만 아니라 문학이 인간을 구원해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가 치유의 효과가 있다는 것은 시암송의 효과를 다시 주목하게 한다.
프랑스에서도 시암송은 중요한 교육이다
프랑스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자국의 시를 암송시키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00여 편의 시를 암송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먼저 가슴이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고, 다음에 논리적이고 냉철한 머리를 가진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대학교 입시에서 논술시험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나라 가운데 유명한 프랑스가 먼저 시암송으로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들고, 차가운 머리를 가진 사람을 선발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고의 인성교육, 명시를 암송시켜라
앞서도 언급했지만, 서울 마포의 동도중학교에서는 25년 전부터 중학교 3년 동안 한국의 명시를 암송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그 이후 동도중학교는 명문고의 진학률도 높아졌고, 교내 폭력도 줄어들었으며, 주변에서 서로 오고 싶어 하는 명문사립 중학고로 도약하였다고 한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인간 육성은 우리 교육의 목표요 이상인데, 이런 점에서 AI 시대 인성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명시를 암송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최고의 인성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