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보다 손님이 많다?’…인구 줄어도 지역경제 버티는 마법의 숫자

 

전국 곳곳의 인구감소지역이 체류인구 덕분에 다시 숨을 쉬고 있다. 등록된 주민 수보다 많게는 17배 이상 많은 사람들이 짧은 기간 머무르며 소비를 하고 있어, 통계상 인구는 줄어들었지만 실제 지역 내 경제는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 산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는 약 2,244만 명으로, 이 중 1,757만 명은 일정 시간 이상 체류한 ‘체류인구’로 나타났다. 등록인구 대비 약 3.6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코리안투데이] 등록인구와 체류인구 그래프 ( 사진출처 = 행정안전부 ) © 송현주 기자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지역은 강원 양양이다. 계절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외지인이 몰리는 이 지역은 10월 체류인구 배수가 17.3에 달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11월과 12월에도 각각 11.8, 10.3을 기록하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경기 가평, 인천 옹진, 전북 무주, 충북 단양 등도 등록인구의 10배 이상 외지인이 몰려드는 지역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체류인구는 단순한 방문자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소비하는 신용카드 금액이 지역경제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2024년 4분기 기준, 인구감소지역에서 체류인구의 카드 사용액은 전체 생활인구 카드 소비액의 37~43%에 달했다. 특히 대구 군위, 강원 고성·평창·양양은 체류인구의 카드 소비가 등록인구의 소비보다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등록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짧게 머물면서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체류인구는 그 특성에 따라 ‘단기 숙박형’, ‘통근·통학형’, ‘장기 실거주형’으로 나뉜다. 이 중 ‘단기 숙박형’은 강원지역에 주로 분포하며, 여성과 30세 미만, 비인접 지역 거주자의 비중이 높았다. 10월에는 이 유형의 체류가 가장 활발하게 나타났다. 반면, ‘통근·통학형’과 ‘장기 실거주형’은 주로 대도시 인접 지역에서 나타났으며, 남성과 30대~50대의 비중이 높았다.

 

이들이 체류하면서 쓰는 돈도 무시할 수 없다. 10월 체류인구 1인당 카드사용 금액은 평균 11만 1천 원, 11월은 11만 4천 원, 12월에는 12만 4천 원으로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수록 오히려 소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평균 체류일수는 3.6일, 하루 평균 체류시간은 12.1시간에 불과하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의 소비가 지역경제의 새로운 생명줄이 되고 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인구’의 존재가 지방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인구감소 대응 정책의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만들고 있다. 단순히 인구 수만으로 지역의 활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향후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통계청과 협력해 2024년 전체 생활인구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이를 각 지자체에 제공해 맞춤형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번 자료는 생활인구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생활인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은 줄었지만, 찾는 사람은 늘고 있다. 인구감소라는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이들의 존재가 지방의 생존을 좌우하고 있다. 등록인구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지방의 가능성이, 생활인구라는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 송현주 기자 : mapo@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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