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과 웹소설, 하나의 거대한 서사가 되다

 

웹툰과 웹소설은 더 이상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닙니다. 이제는 인간의 감정, 시대의 변화, 세대의 욕망을 담아내는 하나의 거대한 서사이자, 우리를 위로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삶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이 글은 웹툰·웹소설이 어떻게 오늘의 문화적 언어가 되었는지, 그리고 왜 지금 우리에게 그 이야기가 필요한지를 깊이 있게 풀어냅니다.

 

 

  [코리안투데이] 머릿돌11. 웹툰과 웹소설, 하나의 거대한 서사가 되다© 지승주 기자

 

세상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든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세대를 가로지르며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책이 그 역할을 도맡아 했다면, 오늘날 그 자리를 온전히 차지한 것은 웹툰과 웹소설이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안에서,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캐릭터를 만나고, 새로운 서사를 넘기며, 인생의 한 부분을 위로받기도 한다.

 

웹툰과 웹소설 시장은 이미 단순한 취미나 여가 활동을 넘어섰다. 이제는 하나의 산업이고, 또 하나의 세계이며, 수많은 창작자와 독자가 함께 만드는 ‘공유된 우주’다. 그 안에서 우리는 웃고 울고, 공감하고 질문하며, 때로는 현실에서 놓친 감정을 다시 발견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웹소설 시장은 특히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출판 시장이 축소되는 시대에도, 웹소설은 오히려 확장하며 하나의 “24시간 흐르는 이야기 생태계”가 되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잠들기 전 침대에서, 카페 창가에서 독자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 들어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과 닮은 인물을 만나거나, 혹은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삶을 간접 경험하면서 감정의 대리 충족이라는 깊은 만족을 얻는다.

 

웹툰 또한 그 흐름을 견고하게 이어 왔다. 종이 만화의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장르는 다양해졌고, 그림의 형태 역시 더 풍성해졌다. 한 컷 한 컷 이어지는 장면 속에 시선의 흐름, 감정의 떨림, 숨겨진 디테일이 담기면서, 웹툰은 더 이상 만화가 아니라 감각적 서사 예술이 되었다. 웹소설이 단어로 만든 상상의 공간이라면, 웹툰은 시각적 에너지로 감정을 직접 흔든다. 둘은 서로 다른 존재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이야기의 힘은 시대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질 뿐,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그 역할을 가장 뛰어나게 수행하는 것이 웹툰과 웹소설이다.

 

■ 웹툰·웹소설은 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가

 

우리는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정보를 소비하고, 또 잊어버린다. 긴 글보다 짧은 영상, 복잡한 설명보다 간단한 요약에 익숙해진 사회에서 이상하게도 웹툰과 웹소설의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왜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은 여전히 ‘이야기’가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루의 지친 마음을 붙잡아 주는 것은 때로 간단한 위로나 조언이 아니라,

“나도 저런 감정을 겪었지.”

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현실에서는 실패해도, 웹소설 속 주인공은 다시 일어서고, 웹툰 속 인물은 절망을 꿰뚫고 나아간다. 그리고 그 장면을 바라보는 우리는 “그래, 나도 다시 해보자”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웹툰과 웹소설은 단순히 콘텐츠가 아니라 회복의 언어가 된다.

 

또한 이들 콘텐츠는 독자의 감정 속도에 맞춰 움직인다. 10분이면 한 화를 볼 수 있고, 30분이면 한 챕터를 넘길 수 있다. 이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우리가 서사적 몰입을 유지하게 하는 친절한 구조다. 이야기의 깊이는 유지하되, 접근성은 높인 것이다.

 

 ■ 하나의 IP가 세계로 흐르는 시대

 

오늘날 웹툰과 웹소설은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IP(Intellectual Property) 산업의 중심이 되었다.

 

한 개의 작품이

–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 영화로 제작되고

– 게임 세계관으로 확장되고

– 피규어와 OST까지 만들어지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현상이 아니다.

 

특히 한국의 웹툰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특유의 속도감과 감각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미국, 일본, 동남아에서 한국 웹툰 플랫폼의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한국형 웹소설 장르 또한 번역을 통해 해외에서 팬층을 넓히고 있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수십 개의 형태로 파생되는 이 구조는, 결국 서사 그 자체가 현대의 화폐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웹툰·웹소설이 던지는 질문

 

흥미로운 점은, 이런 폭발적 성장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다는 것이다.

 

웹툰 속 한 컷에 담긴 눈빛,

웹소설 속 한 문장에 담긴 떨림,

이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언어다.

 

그리고 질문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 우리는 어떤 이야기에 공감하는가?

– 어떤 캐릭터에 마음을 주는가?

– 어떤 결말을 기대하는가?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결국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웹툰과 웹소설은 ‘현대인의 거울’인지도 모른다.

내가 선택한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내가 피하고 싶은 장면이

오히려 내 감정의 단면을 더 정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 하나의 거대한 서사가 완성되어 가는 중

 

우리는 지금 웹툰과 웹소설이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인류 서사 방식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속에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독자가 될 수 있다.

한 명의 글이 수천만 명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어떤 웹툰의 한 장면이 한 세대의 문화를 바꿀 수도 있다.

 

이 모든 변화는 결국 인간이 이야기로 살아가는 존재임을 다시 증명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먹고 자라며,

이야기로 위로받고,

이야기로 다시 일어난다.

 

그래서 웹툰과 웹소설의 성장은 단순한 시장 확장이 아니라

현대인의 감정 구조가 확장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언젠가,

이 많은 웹툰과 웹소설이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완성할지도 모른다.

 

“21세기 사람들은 이러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살았다.”

이 기록이 남는다면,

그 중심에는 분명 오늘 우리가 즐기는 웹툰과 웹소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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