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홍의현 시인의 첫 시집 [물푸레나무]가 청어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홍의현 시인은 2015년 한국생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2021년 한국문학생활 문학상(대상)을 수상하며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시인이다.

 

작가 소개

 

– 1969년 강원 고성에서 출생

– 2015 한국생활문학 신인상

– 2021 한국문학생활 문학상(대상)

– 한국문협 고성지부장

– 강원문협 이사

 

 

물푸레나무 (발췌)

 

 

목수가 되고 싶었던 나무가 있었다

햇살 붙잡는 돋을양지*도 아닌 곳에 자리를 잡고 한때는 망치질 소리로 골짜기 내내 흔들었을 늘그막의 목수가 키웠던 푸릇한 나무 한 그루

 

성글고 뾰족한 잎으로 가지를 내고 차가운 계곡물 소리로 담금질하다 스스로 매몰찬 도끼날이 되어 떨어지던 날까지 그 푸르렀던 눈 섶을 기억해 내기까지 자라지 못하는 나무

 

아하 나는 물푸레나무였구나

서늘한 별빛을 이고 푸른 눈물을 쏟아야 하는 당신의 물푸레나무

 

스스로 회초리 치며 단단해지는 나는 나무였으므로

여전히 물푸레나무일 것이므로

그 가슴에 흘렀을 푸른 물소리를 듣습니다

 

 

* 돋을볕이 비치는 양지(陽地).

 

 [코리안투데이] 홍의현 시인의 신간 시집 『물푸레나무』 청어, 2024.  © 김진희 기자

 

시인의 말

 

찬바람이 부니 지나온 계절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 말하기에도, 단내 나는 수고롭던 길이었다고 말 할 수도 있겠지요. 돌아보니 평범하고 일상적인 시간들을 지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분명 홀로 걸어내야 했던 눈석임 가득한 길이었지만 어느 순간엔 꽃이 피고 뜨거운 바람도 함께 했던 때문입니다. 글을 운명처럼 만나야 했던 건 아니었지만 생각해보니 어느 순간인가부터 글이라는 것이 이미 삶의 우듬지로, 기대고 누울 자리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모든 이들이 같은 말을 할 이유도 필요도 없듯, 흔들리는 나무며 풀,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사물에게서 읽어 들이는 과정 속에서 더 많은 서정성을 그려내고자 했고, 그런 시작(詩作) 노력을 오랫동안 습관처럼 익혀왔습니다.  

 

내가 세상에 그려나갈 방백들이 하나의 집을 짓듯 오랜 기억들과 교감의 언어들이 깃들어 살 수 있는 안전한, 든든한 기둥과 따스한 빛살이 드나들 수 있는 안락한 쉼터로 지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모든 것이 흐릿해지고 어지러운 날, 무수한 빗방울들과 수풀들이 속절없이 흔들려야 하는 날에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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