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일본의 ‘국가 자살론’은 “국가는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이기주의와 포퓰리즘으로 무너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로마의 몰락처럼, 책임을 잊고 권리만 요구하는 시민, 인기에만 기대려는 지도층이 결합할 때 국가는 활력을 잃는다. 오늘의 대한민국 역시 비슷한 징후를 보이고 있기에, 사회 각 분야가 자기 성찰을 통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은 칼럼이다.
![]() [코리안투데이] 머릿돌41. 국가는 왜 스스로 무너지는가: 일본 논문이 던진 경고 © 지승주 기자 |
국가의 흥망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종종 외부의 적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가는 외부의 공격보다 내부의 균열로 인해 더 자주 무너졌다.
1975년 일본 ‘문예춘추’에 실린 「일본의 자살」이라는 글은 이 점을 뼈아프게 짚어냈다. 지식인들이 공동 집필한 이 논문은 동서고금을 분석한 끝에 “국가 몰락의 핵심은 내부 요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들이 제시한 두 가지 징후는
바로 이기주의와 포퓰리즘이었다.
국민이 작은 이익만 좇고, 지도층이 인기에 영합하며 정책의 원칙을 무너뜨릴 때 국가는 스스로 기둥을 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빵과 서커스가 보여준 로마의 몰락
로마도 처음에는 강대한 제국이었다. 그러나 번영이 길어지면서 시민들은 책임보다 권리를 먼저 요구하기 시작했고, 지도자들은 민심을 잃지 않기 위해 빵을 나누어주고 서커스를 제공했다.
처음에는 하루 1회, 나중에는 1년의 절반 가까이를 서커스에 투자할 만큼 시민들은 흥미와 자극에 길들여졌다.
일할 이유가 사라지고, 생각할 시간은 줄어들고, 책임감은 무뎌졌다.
그 결과 로마는 강성한 군대를 잃고, 내부 기강은 무너지고, 제국은 스스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것은 로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 대부분의 국가는
“문제의 원인을 알고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순간”
위기가 찾아왔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지금 우리는 복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증세에는 거부감을 갖는,
현재의 혜택만 바라보고 미래 부담은 뒤로 미루는 사회 분위기에 놓여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장기 전략보다 단기 인기,
재정 건전성보다 당장의 유불리를 먼저 생각하는 정책 논쟁이 반복된다.
복지 논의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지속 가능성이라는 원칙이 무너질 때
그 정책은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부담을 남긴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고치는 시늉에 그쳤다”는 비판,
국민연금까지 포퓰리즘 경쟁에 등장한 점,
무상급식·무상보육 논쟁에서 지속 가능성보다 정치적 유불리가 앞선 사례 등은
이 논문의 경고를 떠올리게 한다.
진짜 문제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상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무기력이다.
행정수도 이전, 무상 복지 정책, 연금 개혁의 미루기 등은
“논쟁의 본질을 알고도 손대기를 두려워한” 결과였다.
이러한 흐름이 누적되면 국가는 활력을 잃는다.
쇠락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내부에서부터 진행된다.
지성의 역할이 절실해지는 이유
정치가 스스로 구조를 고치지 못할 때,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 이들은 사회의 지성이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 재정의 원칙, 미래 세대가 짊어질 부담을
차분하게, 단호하게, 그리고 연속적으로 말해야 한다.
과거처럼 거리로 나서라는 의미가 아니라,
오늘날 지식인은
글로, 강연으로, 연구로, 토론으로
사회가 “지금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제기해야 한다.
국가 자살을 막는 길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국가는 갑자기 무너지지 않는다.
책임보다 권리가 앞서고,
현재의 이익이 미래의 지속 가능성을 압도할 때
서서히 기울기 시작한다.
그 흐름을 멈추게 할 수 있는 힘은
국민의 성찰, 지식인의 경고,
그리고 지도층의 용기 있는 정책 결정이다.
“나라가 망한 뒤에 누구 탓을 하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문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바로잡고 있는가?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국가만이
자기 파괴의 길에서 벗어나 미래를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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