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을 앞두고 임차인이 임대인의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마침내 현실화됐다. 국토교통부는 5월 27일부터 임차인이 임대인의 전세보증 사고 이력, 다주택 보유 여부, 전세금반환보증 가입 정보 등을 계약 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이는 그간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면서 임차인의 알 권리와 계약 안전성이 강조된 데 따른 것으로, 사실상 전세사기 대응의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제도는 지난 5월 1일 국회를 통과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에 따라 시행된다. 가장 큰 변화는 ‘임대인 동의 없이’ 예비 임차인이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임차인이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입주한 뒤에야 임대인의 동의를 전제로 보증사고 이력을 조회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계약 체결 전 단계에서도 정보를 직접 열람할 수 있게 됐다.
임차인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여부, ▲주택 보유 수, ▲보증 제한 대상 여부, ▲최근 3년간의 대위변제 발생 건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전세계약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회 절차도 간소화됐다. 예비 임차인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 의사를 확인받으면, HUG 지사 방문이나 오는 6월 23일부터는 ‘안심전세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다. 신청 후 7일 이내에 결과가 제공되며, 지사에서는 문자로, 앱에서는 알림으로 결과가 전달된다. 계약 당일에는 임차인이 직접 앱을 통해 임대인 정보를 조회하거나, 임대인이 스스로 본인 정보를 앱에서 열람해 임차인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제도가 전세사기 위험이 높은 임대인을 사전에 거를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임대인의 주택 보유 수에 따라 보증사고 발생 비율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2024년 기준 보증사고율은 주택 1-2채 보유 임대인은 4%에 불과하지만 10채는 10.4%, 10~50채는 46%, 50채 이상은 무려 62.5%에 달했다. 보증사고율이 임대인의 자산 규모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임차인이 계약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할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물론 정보 조회의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됐다. 신청인당 월 3회로 조회 횟수가 제한되며, 임대인에게는 정보 제공 사실이 문자로 통지된다. 또한 공인중개사를 통한 계약 의사 검증이나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 확인 등을 통해 ‘찔러보기식 무분별한 조회’를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 [코리안투데이] 안심전세앱 카드뉴스 © 송현주 기자 (출처: 국토부) |
국토교통부는 이 제도가 임차인이 계약 전 스스로 임대인의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기반”이라고 평가하며, 전세사기 차단과 주거 안정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임차인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줄을 잇던 현실에서, 이번 조치는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실질적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집을 구할 때 더 이상 ‘운’에 맡기지 않아도 된다. 임대인이 과거에 어떤 이력이 있는지, 보증사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계약 전부터 손에 잡히는 정보로 확인할 수 있다. 전세 계약이 더 이상 ‘믿음’이 아닌 ‘검증’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