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전화 받지 마!”…AI가 보이스피싱도 먼저 알아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에 대해 본격적인 제동 장치를 가동한다. 2025년 7월 9일 열린 제15회 전체회의에서 개인정보위는 LG유플러스와 KT가 공동 신청한 ‘금융사 연계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에 대한 사전적정성 검토를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동통신 3사와 금융사 간 협업을 통한 보이스피싱 대응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전화번호 차단이 아닌, AI가 학습한 통화 패턴을 기반으로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번호를 선제적으로 예측하는 방식이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기존 보이스피싱 전화번호뿐 아니라, 아직 적발되지 않은 번호도 AI가 통화·문자 수발신 패턴을 분석해 위험성을 판단한다. 통신사가 구축한 ‘보이스피싱 의심번호 DB’는 금융사와 연계돼, 이상금융거래 탐지(FDS)와 연동해 실제 사기 의심 시 즉시 차단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의심 번호와 최근 통화한 이력이 있고, 동시에 금융사의 이상거래 탐지시스템에 포착되면 금융사는 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 통신사는 반대로 금융사로부터 정탐지·오탐지 정보를 받아 AI 모델의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통신사와 금융사 간 정보 교환은 중계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를 통해 이뤄지며, 이용자 정보는 오직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한 목적에서만 사용된다.

 

 [코리안투데이] 서비스 흐름도 ( 사진 = 개인정보위) © 송현주 기자

개인정보위는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대책도 철저히 마련했다. 이용자가 본 서비스의 목적과 내용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통신사와 금융사는 각각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해 고지해야 하며, 데이터는 해당 목적 외 다른 용도로 활용될 수 없다. 금융사는 위험 판단이 필요한 시점에만 DB를 조회할 수 있고, 사후 판단 결과 역시 반드시 통신사에 회신해야 한다.

 

이번 결정은 사실상 이동통신 3사 전체가 이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9월 SK텔레콤과 중소기업은행이 유사 서비스에 대해 사전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데 이어, LG유플러스와 KT까지 합류함으로써 보이스피싱 예방 시스템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산될 수 있게 됐다.

 

보이스피싱은 매년 진화하는 수법으로 국민의 금융 안전을 위협해왔다. 2024년 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약 7,300억 원에 달했으며, 피해자 대부분은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이었다. 이번 AI 탐지 시스템은 단순 경고 수준을 넘어서, 실제 금융 거래 차단까지 가능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보이스피싱 예방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위는 앞으로도 인공지능 등 신기술이 활용되는 각종 서비스에 대해 사전적정성 검토 제도를 통해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동시에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국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기술 혁신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AI 기술이 국민의 금융생활을 직접 지키는 현실적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점점 정교해지고 있지만, 그에 맞선 대응 역시 더욱 정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돼, 단 한 건의 피해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 송현주 기자 : mapo@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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