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그레이존 정보전’, 무비자 관광 뒤에 숨은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

중국의 ‘그레이존 정보전’, 무비자 관광 뒤에 숨은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중국 국적 관광객이 해군기지·공항 등 군사·안보 관련 시설을 촬영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단순 호기심으로 보기에는 그 빈도와 장소가 지나치게 민감하고 반복적이다. 더구나 이들 대부분은 관광객 신분으로 국내에 입국해 이동이 자유롭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민간인 개인의 일탈”이라며 중국 정부가 책임을 부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위험을 내포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결코 우연도, 단순 사건도 아니다. 중국의 「국가정보법」 제7조, 즉 “모든 조직과 개인은 국가의 정보활동에 협조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중국의 국가정보법 구조에 따르면, 중국 정부·정보기관이 요구할 경우 중국 국적의 개인—심지어 해외 체류 중인 관광객이라 하더라도—협조를 거부할 수 없으며, 협조 사실을 비밀로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외국 정부는 중국 국적 개인의 정보행위가 ‘개인 일탈’인지 ‘정보기관의 지시’인지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다. 미국과 일본, EU가 이 법을 국가안보의 주요 위협 요인으로 규정하고 각종 배제·점검·감시 조치를 마련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리안투데이] 중국 민간 신분의 정보활용 위험을 상징한 생성된 이미지  © 남완우(전주대 법학과 객원교수)

 

특히 일본의 경우, 중국 관광객·유학생·근로자에게 동일한 협조 의무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며, 실질적으로 중국 국적자와 관련된 정보유출 위험을 국가적 차원에서 경계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일본 정부가 LINE 개인정보 중국 접속 사건 이후 ‘디지털 주권’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더 취약하다. 무비자 입국 제도는 중국인 관광객의 대규모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한국 내 군사·산업·과학기술 시설의 지리적 접근성을 높이며 중국의 비군사적·회색지대(그레이존) 정보활동의 최적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드러난 촬영·탐문·시설 출입 시도 등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중국 정부는 필요시 언제든 “민간인 개인의 행위”라며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중국의 ‘종합적 국가안전관’은 정치·군사·경제·과학기술·사회·문화 등 사실상 국가 활동 전 분야를 정보수집 영역으로 규정한다. 국가정보법 제2조는 정보활동의 범위를 ‘국가 이익과 안전을 수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로 정의하고 있어, 정보기관의 요구는 언제 어디서든 개인에게 관철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의 민간인 정보활동은 법적으로나 작전적으로 매우 활용도가 높은 수단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이러한 위험에 거의 무방비라는 점이다.

 

중국 국적 관광객의 빈번한 군사시설 촬영은 단순해 보이지만, 국가정보법 구조상 “국가 차원의 비밀 정보수집 작전의 일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일본·EU가 중국 국가정보법 제정 이후 중국 국적자 관련 보안조치를 대폭 강화한 것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관광·교류 확대라는 명목 아래 체계적 평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제라도 중국의 정보법제를 정확히 분석하고,

① 무비자 입국 제도의 재평가

② 주요 군사·핵심 산업시설 주변의 보안 강화

③ 중국 국적자 관련 중요 지역·시설 접근 규제

④ 중국 법제가 야기하는 위험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분석체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정보전은 이미 전쟁의 형태가 바뀐 현대 국제질서의 핵심 영역이며, 중국은 국가정보법을 통해 전 국민이 해외에서조차 정보기관의 연장선으로 기능하도록 법제화한 유일한 국가다. 이러한 구조를 간과한 채 안보를 논할 수 없다.

 

한국이 이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미 시작된 그레이존 전쟁의 초입에서 스스로 눈을 감는 셈이다. 국가안보는 사건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인지한 순간부터 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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