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과 함께하는 풍류한마당

선학원과 함께하는 풍류한마당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의 한가운데, 서울 성북의 선학원 정법사에서 한국 전통문화의 정수와 산사의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어우러진 잊을 수 없는 시간이 펼쳐졌다. 20251025, ‘선학원과 함께하는 풍류한마당은 단순한 행사를 넘어, 민족의 뿌리를 되새기고 세계와 소통하는 감동의 물결이었다. 민요의 애잔한 가락이 산사의 고요를 깨우고, 줄타기의 아슬아슬한 긴장이 숨을 멎게 하며, 합창의 따뜻한 하모니가 가슴을 적셨다. 이곳에서 문화는 국경을 초월했고, 시간은 잠시 멈춘 듯했다. 이 행사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하나의 축제였다.

 

 [코리안투데이줄타기하는 모습줄 위에 앉아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으라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 박찬두 기자

 

가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오후 3, 선학원 정법사의 뜰에 법고무(法鼓舞: 주로 불교 행사나 의례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찬양하고, 악을 물리치며 선을 증진시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무용의 하나)의 깊은 울림이 퍼졌다.

 

 [코리안투데이법고무로 공연의 서막을 열고 있는 석용스님ⓒ 박찬두 기자

 

석용스님의 손끝에서 시작된 이 소리는 마치 산사의 고요한 공기를 깨우며 행사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였다. 법고의 울림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땅과 하늘을 잇는 소리, 사람의 마음을 정화하는 소리였다.

 

이어 박서현 아나운서의 맑고 따뜻한 목소리가 산사에 울려 퍼지며 개회를 선언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가을바람처럼 부드럽게, 그러나 힘 있게 모두의 귀에 닿았다. 귀빈 소개와 환영사가 이어졌고, 이 순간부터 행사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여정으로 변모했다.

 

 [코리안투데이선학원과 함께하는 풍류한마당에 참석한 독일대사네덜란드대사(사진 맨 오른쪽이 네덜란드대사바로 왼쪽이 독일대사). ⓒ 박찬두 기자

 

이날 자리를 빛낸 귀빈들은 행사에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김장실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한국문화의 가치를 대변하며 참석했고, 독일대사와 네덜란드대사는 한국의 전통과 불교 정신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자리를 함께했다.

 

오만 대사관 직원들과 필리핀 대사관 직원들도 이 행사에 동참하여, 문화적 교류의 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단순히 관객으로 머물지 않았다. 그들은 한국의 전통을 몸소 느끼고, 불교의 평화로운 정신을 공유하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소통의 다리 역할을 했다.

 

 [코리안투데이인사말을 하고 있는 선리연구원 원장 법진스님ⓒ 박찬두 기자

 

법진 스님의 환영사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풍류한마당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시고, 그 속에 깃든 조화와 여유를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라는 그의 말은 이 행사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 김영배 성북구갑 국회의원을 비롯한 내빈들의 축사는 행사에 품격과 무게를 더하며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코리안투데이민요산타령 등을 부르고 있는 모습ⓒ 박찬두 기자

  

공연의 첫 무대는 전통의 숨결로 가득 찼다. 민요는 우리 민중의 삶과 정서를 담은 전통 음악으로, 일상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한다. 흥겨운 장단과 구수한 가락 속에 한()과 신명이 어우러져 듣는 이의 마음을 자연스레 웃음 짓게 한다.

 

선소리산타령보존회의 민요와 산타령이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어느새 어깨를 들썩이며 옛 선조들의 삶과 정서를 느꼈다. 산타령은 들과 산을 배경으로 부르던 야외 민요로, 선소리꾼이 이끄는 선창과 합창이 어우러져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흥겨운 놀이판을 만들어낸다. 풍류와 해학이 살아 있는 이 노래는 한국 전통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특히 선소리산타령보존회의 공연은 활기차고 웅장한 대동의 가락으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이 무대를 이끈 최숙희(국가무형유산 선소리 전승교육사), 조효녀(국가무형유산 선소리 이수자), 김정란(국가무형유산 선소리 이수자)의 목소리는 강원도 아리랑의 구슬픈 선율과 신고산타령의 리듬 속에서 삶의 희망과 애환을 담아냈다. 이 노래들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살아있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코리안투데이진도북춤을 추고 있는 모습ⓒ 박찬두 기자

 

이어진 무대는 국가유산진흥원예술단의 공연으로 채워졌다. 1981년 창단 이후 전 세계를 무대로 한국 전통무용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는 이 예술단은 오랜 역사와 풍부한 레퍼토리, 독보적인 기량으로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첫 번째로 펼쳐진 진도북춤(진도 지역의 전통 북춤으로, 역동적인 몸짓과 북소리가 특징)은 장단과 어우러진 화려한 북가락과 다양한 춤사위가 결합된 춤이었다. 북소리가 울릴 때마다 땅의 기운이 살아나는 듯했고, 춤꾼들의 발걸음은 그 기운을 몸으로 표현했다.

 

 [코리안투데이예도무를 추고 있는 모습ⓒ 박찬두 기자

 

이어 국가유산진흥원예술단은 예도무(藝道舞: 한국 전통 무용 중 하나로, 예술과 도를 결합한 춤)를 선보였다, 무산향과 춘앵전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두 정재의 복식과 춤사위가 대조를 이루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장면이 특징이었다. 춤꾼들의 섬세한 손짓과 우아한 발걸음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고,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전통의 깊이를 느끼게 했다.

 

 [코리안투데이진쇠춤을 추고 있는 모습ⓒ 박찬두 기자

 

이어 국가유산진흥원예술단은 진쇠춤(쇠를 두드리며 추는 춤으로, 농경 사회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음)은 쇠(작은 징) 연주와 발놀림의 다양한 움직임이 자진가락과 어우러지며 허튼춤사위와 조화를 이루었다. 파란 옷과 파란 갓, 갓 위의 깃털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흥겨운 춤꾼들의 모습은 우리 민족예술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느끼게 하는 공연이었다.

 

 [코리안투데이태평소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 박찬두 기자

 

특히 이목을 끈 공연은 태평소(전통 관악기로, 맑고 강렬한 소리를 내는 악기)의 울림이었다. 그 날카롭고도 애절한 음색은 산사의 고요를 찢으며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태평소의 소리는 마치 옛 선인들이 전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평화를 기원하는 소리였고, 동시에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소리였다. 이 짧은 공연은 강렬함 속에서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관객들은 그 소리가 사라진 후에도 한동안 그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코리안투데이버나놀이를 공연하는 모습접시를 돌리는 묘기를 보이고 있다ⓒ 박찬두 기자

 

무대는 점차 더 다채로운 색채로 물들어갔다. 예인협회 IN 천지의 공연이 이어졌다. 전통연희를 전공한 전문인들로 구성된 이 팀은 전문성을 살리고, 과감한 도전 정신이 깃든 작품으로 다양한 전통 공연을 대중과 함께 어울려 국악의 즐거움을 나누고자 한다.

 

그들의 버나놀이(버나라는 전통 악기를 돌리며 연주하는 공연)는 남사당패의 두 번째 재주로, 대접, 쳇바퀴, 대야 등을 앵두나무 막대기로 돌리는 전문인 놀이다. 리듬, 유머, 곡예가 결합된 이 공연은 전통 한국 예술가의 창의성과 손재주를 보여주었다. 버나가 돌며 내는 소리는 마치 바람의 노래 같았고, 그 소리는 산사의 공기와 어우러져 독특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이 공연은 단순히 듣고 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몸으로 느끼는 공연이었고, 그 리듬은 관객의 심장 박동과 함께 뛰었다.

 

 

 

 [코리안투데이줄타기하는 모습줄 위에서 빨리 걷는 모습(위), 앉아 있는 모습(중간), 누워 있는 묘기를 보여모습(아래)을 보여주고 있다ⓒ 박찬두 기자

 

그리고 이날의 하이라이트라 할 줄타기 공연이 이어졌다. 예인협회 IN 천지의 줄타기는 우리나라 전통 곡예 예술로, 줄 위에서 묘기와 해학, 음악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종합 예능이었다. 재담꾼의 재치 있는 말솜씨와 악사의 반주가 어우러져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줄 위에서 아슬아슬한 발걸음을 내디디는 예인의 모습은 삶의 균형과 끈기를 상징했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관객들은 숨을 죽였고, 줄을 타고 건너는 순간 터져 나온 박수는 단순한 칭찬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외감이었다. 줄타기 예인의 얼굴에는 수십 년의 내공이 담겨 있었고, 그들의 발끝에는 삶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이 공연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으로 느끼는 하나의 서사시였다.

 

 [코리안투데이홍룡사 합창단의 노래하는 모습. ⓒ 박찬두 기자

 

공연의 후반부는 합창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홍룡사 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화음으로 전하는 이 불교 합창단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찬불가를 통해 평화와 감동의 울림을 선사해 왔다.

 

맑고 깊은 음색으로 법음을 노래하며 마음에 자비와 평온을 전하고자 하는 그들의 아리랑 모음곡은 민족의 한과 희망을 담아 모두의 가슴을 울렸다. 아리랑의 가사는 단순한 노랫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였고, 우리의 아픔과 꿈이었다.

 

이어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가 울려 퍼지자, 현대적 감성이 더해지며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이 전해졌다. 이 곡은 가을바람과 어우러져 산사를 감싸 안았고, 관객들은 어느새 그 노래 속으로 빠져들었다.

 

 [코리안투데이] BTN 남성중창단의 노래하는 모습. ⓒ 박찬두 기자

 

BTN 남성중창단의 무대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불교의 자비 정신을 깊이 있는 음성 예술로 표현하는 이 합창단은 단정하고 울림 있는 하모니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노래하며, 듣는 이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깨달음의 여운을 전해왔다.

 

 [코리안투데이줄타기의 묘기를 보며 환호하는 관객들ⓒ 박찬두 기자

 

이들의 노래는 불교 예술의 정신과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소리의 공양이었다. ‘경복궁 타령의 힘찬 화음은 옛 서울의 정취를 불러일으켰고, ‘마이웨이는 삶의 여정을 노래하며 모두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울려 퍼지자, 가을의 정취가 완성되었다. 이 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날의 모든 감동을 담아내는 마무리였고, 산사의 고요 속에서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선율이었다.

 

이 모든 무대는 단순히 보이고 들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예도무와 진쇠춤은 우리의 과거를 이야기했고, 합창은 현재를 노래했다. 줄타기는 삶의 긴장과 균형을 상징하며, 태평소의 울림은 마음 깊은 곳의 그리움을 건드렸다. 버나놀이의 리듬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민요의 선율은 선조들의 숨결을 전했다. 선학원 정법사는 그날,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문화와 정신이 만나는 성소였다.

 

이 행사는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전통을 현재로 불러내고, 그 현재를 다시 미래로 이어주는 다리였다. 산사의 고요 속에서 울려 퍼진 소리들은 단순한 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이었고, 우리의 이야기였다. 이곳에서 한국의 마음은 세계와 만났고, 그 만남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연팀들의 열정과 예술혼은 이 행사를 단순한 축제가 아닌, 살아있는 문화의 기록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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