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또다시 국제 학업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OECD 회원국 대상 중학생 학업 성취도 조사에서 한국은 수학, 과학, 읽기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교우 관계 만족도’는 꼴찌 수준에 머물렀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 성과 이면에 감춰진 외로움과 고립, 이 아이러니한 결과는 우리 교육의 민낯을 보여준다.
![]() [코리안투데이] 한국 교육이 놓친 진짜 성적표 © 임승탁 기자 |
우리는 늘 공부 잘하는 아이를 칭찬해 왔다. 문제집을 끝내고,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부모도, 학교도 만족한다. 그러나 함께 밥을 먹고 싶은 친구가 없는 아이, 쉬는 시간이 외로운 아이, 자신의 고민을 나눌 친구가 없는 아이는 몇 등일까? 한국의 교실은 점점 더 ‘혼자 공부 잘하는’ 아이들로 채워지고 있다.
성적은 학교의 성패를 좌우하고, 학교는 입시 결과로 평가받는다. 교사의 역할도, 교육 정책도 자연스럽게 성적 향상에 집중된다. 그 사이 아이들은 인간관계라는 또 다른 ‘삶의 성적표’에서 낙제하고 있다. 시험 점수는 올라가지만 공감력은 떨어지고, 문제 해결력은 높지만 갈등 조정 능력은 부족하다. 우리는 과연 어떤 어른을 키우고 있는가?
이번 조사 결과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이는 아이들이 보내는 구조적인 SOS다. “나는 혼자야”, “친구가 없어”, “누구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 교실이 경쟁의 공간만으로 남는다면, 아이들의 감정은 무시되고, 관계의 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미래 사회 전체의 건강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물어야 한다.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얼마나 함께하느냐’를. 학업 성취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인간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힘이다. 이 둘은 결코 대립되지 않는다. 진짜 교육은 둘 다를 품어야 한다.
우리가 바라봐야 할 진짜 1등은 시험 점수가 아닌,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친구가 있는 아이, 도움을 주고받을 줄 아는 아이, 그리고 혼자가 아닌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아이일 것이다.
그 아이가 자라 만드는 사회가, 진정한 교육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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