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화장실, 성평등하십니까?”…이젠 체크리스트로 스스로 점검한다

“여기 화장실, 성평등하십니까?”…이젠 체크리스트로 스스로 점검한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불편, ‘여성용 변기가 너무 적다’거나 ‘아이 기저귀를 갈 곳이 없다’, 혹은 ‘남성용 소변기가 너무 훤히 보여 민망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는 7월부터는 이런 문제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해결될 실마리를 찾게 된다. 여성가족부가 공중화장실 설치·운영 사업에 ‘자가진단형 성별영향평가’를 도입하기로 하면서다.

 

이 새로운 제도는 쉽게 말해, 공중화장실을 설치하거나 운영하는 지자체가 체크리스트 형식의 자가진단을 통해 화장실이 성별 특성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른바 “성평등 화장실 만들기 셀프 점검표”인 셈이다.

 

기존 성별영향평가가 비교적 복잡한 절차와 분석을 필요로 했다면, 자가진단형은 누적된 데이터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정형화된 방식으로 이뤄진다. 담당자는 단순히 체크리스트 문항에 응답하는 것만으로도 현재 운영 중인 화장실이 성평등한지를 진단할 수 있고, 필요한 개선방안까지 도출할 수 있다.

 

 [코리안투데이] 공중화장실 성별영향평가 실시 보도자료 ( 사진 출처 = 여성가족부)  © 송현주 기자

체크리스트는 구조, 시설, 안전 등 3개 분야로 구성되며, 총 20여 개 항목으로 세분화돼 있다. 예컨대, 가족화장실이나 다목적화장실의 설치 여부, 남녀 화장실 출입구 분리 여부, 남성 소변기의 외부 시야 차단 여부가 ‘구조’ 항목에 포함된다. ‘시설’ 항목에서는 여성 화장실 대변기 수가 남성 화장실의 대소변기 수보다 적은지, 기저귀 교환대가 양성 화장실 모두에 설치되어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안전’ 항목에서는 비상벨 설치 여부, 화장실 부스 내 CCTV 설치,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계획 등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육아에 참여하는 남성의 증가라는 사회변화를 반영해, 어린이용 변기나 기저귀 교환대를 남성 화장실에도 설치했는지를 확인하는 항목이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여성 전용 화장실에만 설치되던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화장실 공간의 성 중립적 설계를 적극 반영한 변화다.

 

여성가족부는 이 자가진단형 평가를 통해 담당 공무원의 행정 부담은 줄이면서도, 평가의 효율성과 실효성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일자리 및 도서관 관련 사업에 이 방식이 시범 도입된 결과, “질적인 개선 과제 도출이 가능해졌다”, “체크리스트 방식이 쉽고 편리하다”는 현장의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고, 이에 따라 공중화장실 분야로 확대 적용하게 된 것이다.

 

제도의 법적 기반은 「양성평등기본법」과 「성별영향평가법」에 있으며, 여성가족부는 향후 공중화장실을 비롯해 국민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다양한 생활 기반시설 전반으로 이 제도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 정책과 공공시설이 보다 성평등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국민적 신뢰를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자가진단형 성별영향평가는 단순한 행정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공중화장실은 모두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변화이며, 결국 시민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도전이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배려이지만, 그 배려가 쌓여 모두에게 공평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변화의 시작점에 체크리스트 하나가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 송현주 기자 : mapo@thekoreantoday.com ]

 

📰 기사 원문 보기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남기기

📱 모바일 앱으로 더 편리하게!

코리안투데이 강서를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언제 어디서나 최신 뉴스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