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민회관에서 오는 10월 30일과 31일, 극단 두번째계획이 선보이는 신작 ‘휴머노이드(Humanoid)’가 관객과 만난다. 이 작품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발달한 시대 속에서 ‘기술과 인간의 경계’를 탐구하며, 감정과 소통의 진정한 의미를 질문한다. 특히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휠체어 이용자 등 모든 관객이 함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접근성 연극’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극단 두번째계획은 예비사회적기업 ㈜바이주나가 2022년에 창단한 단체로, “누구나 예술 할 자유, 문턱 없는 문화예술”을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이번 공연은 경기도 문화재단의 예술정책 선정작으로, 부천문화재단의 예술찾기미로 프로그램에도 이름을 올렸다. 접근성을 중심으로 한 이들의 예술 철학은 단순히 공연의 물리적 장벽을 허무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의 감정과 공감의 문턱까지 허무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 [ 코리안투데이 ] 휴머노이드 포스터 © 이예진 기자 |
연극 ‘휴머노이드’의 중심에는 로봇공학자 정민재(강민우 분)가 있다. 그는 사고로 청력을 잃은 뒤, 자신의 기술을 통해 세상과 다시 소통하기 위해 인간형 로봇 ‘맥스’(이동호 분)를 개발한다. 맥스는 정민재의 감정을 그대로 학습하며 점점 인간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민재는 자신이 만든 존재에게 질투와 두려움을 느끼고, 결국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작품은 인공지능이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인간의 감정은 기술로 복제될 수 있는가를 철학적으로 묻는다.
이번 공연의 진정한 가치는 ‘접근성’에 대한 실천에 있다.
모든 장면에는 한국어 자막 해설, 음성해설, 수어 연기, 터치투어, 휠체어석이 포함된다. 특히 배우들이 직접 음성해설을 들려주는 새로운 시도는 관객에게 감정이 입체적으로 전달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무대 앞과 로비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대 모형과 점자 대본이 제공되어, 시각 정보가 제한된 관객도 공연의 세계를 함께 느낄 수 있다.
한 시각장애인 관객은 시범 공연 후 이렇게 소감을 남겼다.
> “배우들이 음성해설을 직접 들려주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이어폰 없이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볼 수 있다는 점이 감동이었죠. 혼자 보기 아까운 공연이에요.”
극단 두번째계획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배리어프리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한 복지 개념이 아닌, 예술의 본질적 평등성과 감정의 공유라는 철학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접근성을 ‘기술적 보조’가 아니라 ‘예술의 확장’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도다.
‘휴머노이드’는 기술의 차가움 속에서도 인간의 따뜻함을 잃지 않으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인간을 닮은 로봇이 아니라, 로봇을 통해 인간 자신을 비추는 작품이다. 기술과 인간, 감정과 이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사는 관객들에게 “진정한 인간다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 공연 정보 –
* 일시: 2025년 10월 30일(목), 31일(금) 오후 7시 30분
* 장소: 부천시민회관 지하 1층 소공연장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일로 365)
*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 전석 무료 (네이버 예매 가능)
* 문의: 010-6622-1546 (문자, 음성, 영상 지원)
기술과 인간, 그리고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진 자리에서
‘휴머노이드 연극’은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소통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 이예진 기자: bu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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