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상징 캐릭터 ‘해치’가 인공지능(AI)을 입고 다시 등장했다. 짧고 빠른 영상 소비가 일상이 된 시대에 맞춰, 서울시는 기존의 정보 중심 홍보를 넘어 스토리와 캐릭터를 앞세운 숏폼 애니메이션으로 시민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12월 한 달 동안 공개되는 AI 숏폼 애니메이션 시리즈 ‘돈워리 비해치 수호대’는 서울의 공간과 정책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새로운 형식의 도시 콘텐츠다.
![]() [코리안투데이] EBS에서 방영을 시작한 나의 비밀친구 해치 홍보 포스터(사진=내손안에서울) |
서울시는 대표 캐릭터 해치와 소울프렌즈가 활약하는 1분 내외 AI 숏폼 애니메이션 ‘돈워리 비해치 수호대’ 총 8편을 제작해 12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공식 유튜브 채널과 SNS를 통해 순차 공개하고 있다. 공개 채널은 서울시 유튜브를 비롯해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X, 외국어 플랫폼 등으로, 국내외 시청자를 폭넓게 겨냥한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영상 길이를 1분 안팎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시리즈는 덕수궁길, 북촌 한옥마을, 한강공원,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등 실제 서울의 공간을 배경으로 삼았다. 여기에 따릉이, 기후동행카드, 한강 페스티벌, 겨울철 안전관리 등 서울시의 주요 정책과 생활 정보를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정보 전달이 목적이지만, 설명을 앞세우기보다는 캐릭터의 행동과 상황 전개 속에서 정책이 스치듯 등장하도록 연출했다는 점이 기존 공공 홍보 영상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콘텐츠 목록은 ‘해치가 AI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났다?’를 시작으로, ‘서울 야간수호대 출동! 북촌을 밝힌 해치와 소울프렌즈’, ‘해치의 불안 퇴치 대작전! 따릉이 타고 한강까지 추격’, ‘해치의 스케이트장 D-1 점검! 준비 완료’, ‘정원도시 서울을 지켜라!’, ‘겨울 한강축제 안전요원이 된 해치와 친구들’ 등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DDP 서울라이트 테마와 연말연시 축제 테마 에피소드도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12월 첫째 주 공개 이후 2주 만에 누적 조회수 180만 회를 돌파했다. 댓글과 SNS 반응에서는 “서울시 정보를 AI로 미리 알려주는 방식이 신선하다”, “아이와 함께 보기 좋다”, “다음 편이 기다려진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영유아와 가족층은 친근한 캐릭터를 통해 서울의 공간에 익숙해지고, MZ세대는 숏폼 특유의 속도감과 유머를 즐기는 등 세대 간 소비 양상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AI 숏폼 시리즈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인 콘텐츠 전략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전통적인 제작 방식의 장편 애니메이션 ‘나의 비밀친구 해치’도 함께 추진 중이다. 이 작품은 총 26편 규모로 제작되며, 전반부 13편은 2025년 12월 10일부터 2026년 3월 4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7시 45분에 EBS를 통해 방영된다. 후반부 13편은 2026년 6월부터 방송될 예정이다.
장편 애니메이션은 정교한 세계관과 서사를 통해 해치 캐릭터를 깊이 있게 구축하고, AI 숏폼은 시의성과 민첩성을 무기로 빠르게 시민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서울시는 이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함으로써, 해치 세계관을 다양한 접점에서 경험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애니메이션 제작·운영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AI 숏폼은 정책 홍보의 방식에서도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 공공 콘텐츠가 정보 전달에 집중하며 다소 일방적인 구조를 띠었다면, ‘돈워리 비해치 수호대’는 이야기 중심의 구성 안에 정책을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PPL 방식에 가깝다. 시민은 ‘본다’는 느낌보다 ‘즐긴다’는 감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그 과정에서 서울의 공간과 정책을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AI 기반 콘텐츠 제작을 통해 시민 공감형 스토리텔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시민의 일상과 연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빠르게 소비되는 숏폼과 깊이 있는 장편 콘텐츠를 동시에 운영하는 실험은, 공공 콘텐츠가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AI 숏폼 애니메이션 ‘돈워리 비해치 수호대’는 단순한 캐릭터 영상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짧은 영상 속에서 해치는 서울의 밤을 지키고, 골목과 강변을 누비며, 시민의 일상을 함께한다. 공공 정보와 즐거움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금, 해치의 AI 변신은 서울시 콘텐츠 전략의 변곡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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