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잘못일까? — 책임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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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가야

 

며칠 전, 발렛 파킹 일을 하는 친구에게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한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나와 자신의 차를 꺼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손님은 “내 차가 저기 있다”며 특정 차량을 가리켰고, 대리기사를 불러 급히 가야 하니 차를 꺼내달라고 재촉했습니다. 친구는 손님의 말대로 차를 꺼내주었고, 그 손님은 아무렇지 않게 차에 올라탔습니다. 한참을 차 안에 앉아 있다가 결국 대리기사를 태우고 출발했지요.

그런데 잠시 뒤, 또 다른 손님이 나와 자신의 차를 요청했습니다. 차종과 번호판까지 정확하게 말했지만, 주차장 어디에서도 그 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CCTV를 돌려보니 앞선 손님이 타고 간 차량이 바로 이 두 번째 손님의 차였던 겁니다. 이미 그 손님은 집에 도착했고 연락도 닿지 않는 상황. 식당 안은 곧장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손님은 VIP 고객이었고, 차가 없어 집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코리안투데이] 사진 누구의 잘못일까  © 박수진 기자

 

가장 먼저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발렛을 맡은 친구를 향했습니다. 특히 ‘부장’이라는 사람은 “왜 차량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느냐”며 친구를 몰아세웠고, 모든 잘못이 친구의 판단 착오 때문이라는 듯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정말 그 친구만의 잘못일까요?

물론 차량 번호를 확인하지 않은 부분은 분명 실수입니다. 하지만 그 상황이 단순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손님이 자신이 차주라고 주장했고, 대리기사를 불러서 급히 가야 한다며 재촉했습니다. 발렛 직원인 친구는 비 오는 날씨 속에서 고객의 말과 행동을 믿고 차량을 꺼내준 것이지요. 그는 그 손님에게 차종, 번호, 색상, 소유주 여부까지 하나하나 확인하며 꼬치꼬치 캐물을 수 있었을까요? 오히려 그랬다면 손님은 불쾌해하며 “서비스가 왜 이러냐”며 항의했을지도 모릅니다.

서비스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항상 ‘정확함’과 ‘친절함’ 사이에서 줄을 타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줄이 끊어졌을 때, 책임은 언제나 가장 약한 자에게 향하게 됩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실수로만 치부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의 허점, 고객 응대 방식, 발렛 직원의 근무 환경, 그리고 책임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까지 겹쳐진 결과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oo들은 원인을 따지기보다 희생양을 찾습니다.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이 빠르고 편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진짜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가. 한 사람의 실수로 끝날 일이 아니라면,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는 아닌가. 우리 사회는 너무 쉽게 ‘책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그것을 가장 말 없고 힘이없는 사람에게 넘기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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