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왕실의 흔적, 강남에서 첫 공개되다

Photo of author

By 코리안투데이 가야

 

강남구가 개청 50주년과 광평대군 탄신 600주년을 맞아 강남 유일의 전통 종가 고택인 필경재의 유물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조선 왕실사와 강남 지역사를 연결하는 귀중한 기회로, 600년에 걸친 문중의 삶과 정신을 시대별로 조명한다.

 

 

왕실의 숨결 담긴 고택, 강남에서 빛을 보다

강남구(구청장 조성명)는 오는 526일부터 622일까지 일원로 90 소재 밀알미술관에서 문화유산 특별전 필경재가 간직한 600, 광평대군과 그 후손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강남구 개청 50주년과 세종대왕의 아들 광평대군 탄신 60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전시의 핵심은 강남구 수서동 궁마을에 자리한 전통 종가 고택 필경재에서 600여 년간 간직돼 온 문중 유물을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데 있다. 조선 성종 대(1469-1444)의 직계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온 곳이다.

  

 [코리안 투데이] 광평대군과 그 후손들  © 백흥열 기자

 

600년 가문의 역사, 6부 구성으로 조명

전시는 종실(왕족)로서 소임을 다하다부터 시작해 내려오는 유품을 소중히 간직하다까지 총 6부로 구성된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종실로서 소임을 다하다 관직에 진출하다 종실 후손, 사대부(양반 관료층) 가문으로 번성하다 선비의 모습으로, 관리로서 직분을 다하다 나라를 위한 길에 나서다 내려오는 유품을 소중히 간직하다.

각 부는 광평대군과 그 후손들이 시대마다 어떻게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유학적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왔는지를 구체적인 인물과 사료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문중이 지역에 뿌리내리며 충절과 학문, 민본(백성을 근본으로 삼는 정치 이념)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해왔는지를 조명함으로써, 강남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과 조선 왕실사의 교차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처음 공개되는 귀중한 유물 100여 점

이번 전시에 출품된 유물은 고문서, 교지(임명장), 초상화, 수묵화, 병풍, 도자기, 고가구 등 총 100여 점에 달한다. 대부분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조선 왕실과 강남 지역사 연구에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대표 유물로는 광평대군 부인 영가부부인 신씨가 발원한 불경 <묘법연화경>, 지역 빈민을 위한 구휼 제도인 사창(社倉)에 대한 기록 <사창의>, 사대부의 재산 분할을 다룬 문서 <화회문기>, 과거 급제자의 실제 답안지 등이 포함된다. 이 같은 유물은 조선 후기 사대부 사회의 일상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생생한 증거이기도 하다.

 

 

후손의 보존 노력, 공공의 역사로 확장

필경재를 세운 정안부정공(定安副正公) 이천수의 후손 이병무 대표는 선조들의 흔적을 한 점도 놓치지 않겠다는 사명감으로 사료를 수집하고 보존해 왔다며 이번 전시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한 가문이 지켜온 기록 유산은 국가의 역사이자 지역의 자산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강남이 현대 도시를 넘어 600년 역사가 숨 쉬는 품격 있는 문화도시임을 함께 공감하고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뜻깊은 유산을 공개해 주신 필경재 이병무 선생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전했다.

 

 

지역문화유산의 미래를 여는 첫 걸음

강남구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과 학술적, 예술적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보존하고, 이를 주민과 공유하는 공공문화유산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현대도시 강남의 정체성을 역사적 연속선 위에서 재정립하는 문화적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 백흥열 기자: gangnam@thekoreantoday.com ]

 

 

  

기사 원문 보기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