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마리 잠자리, 제주 바다 점령… 기후변화의 전령인가?

 

최근 제주 앞바다에서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수천 마리에 달하는 엄청난 수의 잠자리 떼가 밤바다를 점령한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초여름에 이러한 대규모 잠자리 떼가 나타나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전문가들은 심상치 않은 기후변화의 영향과 평년보다 일찍 형성된 장마전선(여름철 동아시아 지역에서 정체하며 많은 비를 뿌리는 전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어 주목된다.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코리안투데이지난 18일 새벽 제주시 한경면 수월봉 인근 앞바다에서 조업하던 낚싯배에 날아든 잠자리 떼(사진제공: JIBS 제주방송ⓒ 박찬두 기자 

 

지난 18일 새벽, 제주시 한경면 수월봉 인근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한 낚싯배가 그야말로 잠자리 떼의 습격을 받았다. JIBS 제주방송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바다 위, 집어등(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해 배에 밝히는 등) 불빛을 향해 셀 수 없이 많은 잠자리들이 마치 눈보라처럼 몰려드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잠자리들은 하늘을 까맣게 뒤덮는 것은 물론, 낚시를 하던 사람들의 몸과 배 전체를 뒤덮을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 있던 어선 선장은 한두 마리가 아니라 배 전체를 새까맣게 덮을 정도였다사람 등이고 뭐고 할 것 없이 달라붙어 거의 조업을 이어갈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심각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낚싯배를 습격한 잠자리는 몸길이가 약 3.7~4.2cm에 이르는 된장잠자리로 확인되었다. 된장잠자리는 보통 장마가 끝난 후인 7월 중순경에 가장 많이 관찰되는 종이다. 이들은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 규슈(일본 남서부에 위치한 섬) 지역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동 과정에서 모기나 파리 등 해충을 잡아먹어 우리에게 이로운 익충(益蟲, 사람이나 농작물에 이로운 벌레)’으로 분류된다.

 

사실 제주에서 잠자리 떼가 출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도 수천 마리의 된장잠자리 떼가 제주시 김녕항 인근 낚싯배를 덮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초여름에, 그것도 이전 출현 장소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수월봉 인근에서 관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제주 지역에 잠자리가 활동하기에 적합한 고온다습한 기온이 지속되면서 된장잠자리의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된장잠자리가 장마전선을 따라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올해 제주 지역에 장마전선이 평년보다 빠르게 형성되면서 이른 시기에 잠자리 떼가 관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이번 잠자리 떼의 대규모 출현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변화하는 기후와 그로 인한 생태계의 반응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일 수 있다. 비록 된장잠자리가 익충이긴 하지만, 이처럼 특정 종이 특정 시기에 대량으로 발생하는 현상은 생태계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이러한 이례적인 자연 현상들이 우리에게 어떤 경고를 보내고 있는지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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