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암치료’ 현실로…중성자·중입자 치료, 한국 암치료 지형 바꾸나

‘꿈의 암치료’ 현실로…중성자·중입자 치료, 한국 암치료 지형 바꾸나

 

국내 암치료의 지형이 다시 한 번 변곡점을 맞고 있다. 국산 기술로 개발된 중성자 치료기(BNCT)가 임상 단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중입자 치료 분야가 췌장암·간암 등 난치암으로 빠르게 확장되면서 ‘꿈의 암치료’가 더 이상 미래 기술만은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술 경쟁이 의료계와 산업계 전반으로 옮겨 붙는 가운데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희귀암·난치암 대응을 위한 입자치료기 정책 간담회’에서는 국내 방사선치료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중성자 치료의 임상 현황과 기술적 잠재력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가천대 길병원과 국내 의료기기업체가 공동 개발 중인 국산 BNCT 장비는 현재 6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단 1회 치료로도 종양 반응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발성 뇌종양처럼 치료 선택지가 제한된 환자군에서 BNCT가 새로운 옵션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코리안투데이] 난치성희귀암 대응 입자치료기 도입 및 확대 정책 간담회  © 국회 출입 기자DB 제공

 

국외에서도 기술 경쟁력 검증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인터내셔널대(FIU)가 약 5,500만 달러 규모의 중성자치료센터 공동 구축을 제안한 것은 대표적이다.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미국 마이애미암센터 공동연구도 이미 본궤도에 올라 있어, 국산 BNCT 시스템이 글로벌 의료 시장에서 주목받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BNCT가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희귀암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중입자 치료는 실제 임상 적용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연세암병원은 최근 회전형 중입자 치료기를 가동해 췌장암·간암·폐암 등 난치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본·독일 등 선진국에서 먼저 정립된 임상 근거가 국내에도 빠르게 적용되는 모습이다.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는 기존 생존율이 극히 낮았던 췌장암 환자에서 중입자 치료 후 5년 생존율이 10%에서 56%까지 향상됐다고 발표한 바 있어, 국내 의료계 역시 임상 데이터 축적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중입자 치료는 치료 시간과 횟수 측면에서 환자 편의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된다. 기존 방사선 치료가 수십 회에 걸쳐 진행돼 일상생활 제약이 컸다면, 중입자 치료는 보통 한 달여 동안 12회 내외로 치료가 끝난다. 실제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시간도 20분 안팎에 불과해 고령 환자나 직장인이 치료를 병행하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기술 확산의 속도를 늦추는 요인도 있다. 가장 큰 부담은 비용이다. 중입자 치료는 아직 비급여 항목이어서 환자 부담이 상당한 수준이다. 중성자 치료(BNCT) 역시 향후 상용화될 경우 12회 기준 약 5,000만 원 선이 예상돼 접근성 문제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부 의료진은 “치료 성과가 빠르게 입증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투자가 뒤따르지 않으면 기술 격차가 오히려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입자치료 인프라 구축비 또한 수백억 원대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민간 병원이 독자적으로 장비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대만 등은 국가 예산으로 치료센터를 구축해 의료 산업 경쟁력을 키운 반면, 국내는 아직 민간과 정부의 부담 분담 구조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중입자 치료를 세계 최초로 건강보험에 적용해 환자 부담을 일반 방사선 치료 수준으로 낮췄고, 이 결정이 기술 확산과 산업 성장의 핵심 기반이 됐다.

 

 [코리안투데이] 대학병원 중입자 가속기 사진 및 중입자 치료기로 치료하는 모습 © 최도선 칼럼니스트

     

전문가들은 첨단 방사선치료 기술이 국가 전략산업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도체·AI와 함께 첨단의료기기를 국가전략 기술로 묶어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임상 데이터 축적, 인력 양성, 장비 국산화 등을 통해 환자들이 더 빠르고 안전하게 혁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내 BNCT가 글로벌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중입자 치료가 실제 환자 치료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이 한국 암치료 경쟁력을 끌어올릴 중요한 시기라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한다. 기술이 일으킨 가능성이 제도와 정책을 통해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의료계 안팎에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 최도선 칼럼니스트 : gwanak@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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