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고춧가루, 젓갈 등 김장 재료 가격이 들썩이면서 가계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과 유통비 상승이 겹치며 김장 비용은 매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양천구가 주민의 체감 물가를 낮추고,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는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았다.
![]() [코리안투데이] 김장철 직거래 장터 홍보 포스터(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양천구는 11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양천공원에서 ‘김장철 직거래 장터’를 열고, 전국 각지의 우수 김장 재료와 지역 특산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인다. 단순한 판매 행사를 넘어, 도시와 농촌이 직접 연결되는 상생형 장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장터는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주민의 김장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올해는 가을철 잦은 강우로 인해 작황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는 품질이 검증된 김장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자매결연 지역과 우호 협력 지자체를 중심으로 엄선된 생산자만 참여하도록 구성했다.
장터에는 전국 29개 지자체에서 추천한 43개 업체가 참여한다. 이들이 선보이는 품목은 지역 특산김치, 절인배추, 고춧가루, 젓갈, 마늘, 생강, 해산물 등 김장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재료를 아우른다. 총 140여 개 품목이 한자리에 모여, 소비자는 직접 보고 비교하며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참여 지역과 품목이 더욱 다양해졌다. 공주시의 총각김치·쪽파김치·돌산갓김치, 상주시의 고춧가루, 예산군의 생강과 마늘, 옹진군의 무·고추·쪽파, 진도군의 디포리·다시마·새우, 진천군의 고춧가루, 포천시의 배추김장김치 등 9개 지자체가 새롭게 참여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지역별 특색이 뚜렷한 재료를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장터의 강점이다.
이번 직거래 장터의 가장 큰 장점은 ‘생산자 직판’ 방식이다.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유통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소비자는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생산자는 제값을 받을 수 있다.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품질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다. 직접 재배·가공한 생산자가 현장에서 설명하고 판매하는 만큼, 원산지와 제조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양천구는 장터 이용 편의성도 세심하게 챙겼다. 무거운 김장 재료를 들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자율 포장 부스를 운영하고, 구매 고객에게는 관내 당일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터 인근 노상 공영주차장 1시간 무료주차권도 함께 제공해 접근성을 높였다. 김장 재료 구매가 ‘큰일’이 아닌 ‘편리한 일상’이 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번 장터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나눔 구조’다. 참여 업체들은 판매 수익금의 5% 이내를 자발적으로 양천사랑복지재단에 기부한다. 강제성이 아닌 자발적 참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기부금은 관내 취약계층 지원과 복지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소비자의 구매가 곧 이웃 사랑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양천구는 그동안 김장철 직거래 장터뿐 아니라 설·추석 직거래 장터에서도 자율 기부 문화를 꾸준히 이어왔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온기를 나누는 장으로 장터의 역할을 확장해 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직거래 장터가 단기적인 물가 안정 효과를 넘어,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평가한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얻고,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며, 지역사회는 나눔을 통해 연대감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 변화와 유통 구조 불안정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공공이 주도하는 직거래 플랫폼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양천구는 이번 김장철 직거래 장터를 계기로 도농 상생 모델을 더욱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계절별·시기별 직거래 장터를 통해 주민 생활과 밀접한 소비 영역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김장철 직거래 장터는 주민에게는 양질의 김장 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열어주는 상생의 장”이라며 “앞으로도 도시와 농촌이 함께 성장하고, 나눔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따뜻한 지역경제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장은 단순한 겨울 준비를 넘어, 가족과 이웃을 잇는 한국의 중요한 생활 문화다. 양천구의 김장철 직거래 장터는 이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변화한 시대에 맞는 합리성과 공동체 가치를 함께 담아내고 있다. 물가 부담은 줄이고, 신뢰와 나눔은 더하는 이 장터가 김장철 풍경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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