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주거지가 밀집한 서울 서남권에서 재건축 속도가 지역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양천구 신월동 일대 정비사업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양천구는 11월 6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7조에 따라 ‘신월시영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의 사업시행자로 한국토지신탁을 지정 고시하며, 신월동 대규모 주거환경 개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 [코리안투데이] 신월시영아파트 재건축 조감도(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이번 고시는 토지등소유자 80%, 토지면적 기준 85%의 동의를 확보해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서가 접수된 지 22일 만에 이뤄졌다. 통상 수개월 이상 소요되는 절차가 단기간에 마무리되면서, 양천구의 신속한 행정 처리와 정비사업 지원 의지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구는 향후 사업시행인가를 비롯한 후속 행정절차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해 사업 지연 요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신월시영아파트 재건축은 신탁방식으로 추진된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조합을 설립하지 않고 신탁사가 직접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인허가, 시공사 선정, 분양, 정산 등 사업 전 과정을 수행하는 구조다. 전문 정비업체가 초기 단계부터 사업 전반을 관리함으로써 전문성, 책임성,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대규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신월시영아파트 역시 토지등소유자의 높은 동의율을 바탕으로 신탁방식을 선택해 사업 추진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한국토지신탁은 향후 정비사업 시행규정 확정,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 계약, 설계자 및 시공사 선정 등을 토지등소유자 전원이 참여하는 전체 회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 추진의 주요 의사결정이 공개적으로 이뤄지며,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신월시영아파트는 부지면적 약 15만 3천㎡ 규모의 대단지로, 이번 재건축을 통해 주거 환경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기존 12층, 2,256세대 규모의 노후 단지는 용적률 250%를 적용해 최고 21층, 총 3,149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세대 수는 약 900세대 가까이 증가하며, 단지 규모와 공간 활용도 모두 한 단계 도약하게 된다.
입지 여건도 강점이다. 단지 인근에는 한울근린공원, 독서공원, 금실어린이공원 등 다수의 공원이 인접해 있어 도심 속에서도 녹지 접근성이 뛰어난 이른바 ‘숲세권’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다. 재건축과 함께 도로, 주차장 등 기반시설 정비가 병행되면서 보행 환경과 교통 여건도 개선될 예정이다. 양천구는 단순한 주택 공급 확대를 넘어, 쾌적성과 생활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명품 주거단지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신월시영아파트 사업시행자 지정은 신월동 일대 정비사업 전반에도 의미 있는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양천구는 현재 목동아파트 14개 단지 모두가 연내 정비구역 지정을 마무리하며 약 4만 8천 세대에 달하는 신도시급 변모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신월시영아파트를 포함한 신월동 내 4개 아파트 재건축, 신월1·3동 모아타운 조성, 신월5·7동 재개발 사업까지 더해지며 신월동 일대에서만 약 1만 세대 규모의 주거 정비가 순차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목동 중심의 재건축 논의에 가려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뎠던 신월동 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양천구 전반의 도시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노후 저층 주거지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혼재했던 지역이 체계적인 정비를 통해 주거 품질을 끌어올리고, 생활 인프라와 녹지, 교통망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주택 재건축을 넘어 지역 간 주거 격차를 줄이고, 서남권 전체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천구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주민 갈등과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행정 지원, 신속한 인허가 처리,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사업 추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목동과 신월동 일대에서 잇따른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가 이뤄지며, 정비사업 전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이번 신월시영아파트 사업시행자 지정을 계기로 신월동 일대 정비사업에 새로운 동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목동아파트 재건축뿐 아니라 신월동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이루는 것이 양천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과제라며, 앞으로도 신속하고 책임 있는 행정으로 정비사업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신월시영아파트 재건축은 이제 계획 단계를 넘어 실행을 향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대규모 주거단지로의 변화가 현실화되면서, 신월동은 더 이상 정비의 변두리가 아닌 양천구 도시 재편의 또 하나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속 행정을 바탕으로 한 이번 사업시행자 지정이 향후 신월동 전반의 주거 환경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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