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A Languages Day 23/221] 카슈브어 – 발트해가 간직한 슬라브의 마지막 노래

[WIA Languages Day 23/221] 카슈브어 – 발트해가 간직한 슬라브의 마지막 노래

[WIA Languages Day 23/221] 카슈브어 – 발트해가 간직한 슬라브의 마지막 노래

WIA 언어 프로젝트

[Day 23/221]

Kaszëbsczi jãzëk

카슈브어 | Kashubian

 

“발트해의 파도가 기억하는, 천년의 목소리”

조용한 혁명, 221개 언어의 디지털 기록 • 언어를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원히 보존하는 것입니다.

카슈브의 노래

“Zdrój naji kaszëbsczégò rodu,
Zdrój naji môłi Òjczbznë!”

[즈드루이 나이 카슈브스체구 로두,
즈드루이 나이 모위 오이츠브즈네!]

“우리 카슈브 민족의 원천이시여,
우리의 작은 조국의 원천이시여!”

19세기 카슈브 민족주의 운동의 상징인 히에로님 데르도브스키의 시 ‘카슈브 찬가’의 첫 구절입니다. 발트해 파도처럼 울려 퍼지는 이 노래는 천년을 이어온 카슈브 사람들의 자긍심과 생존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14일마다 하나의 언어가 침묵합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는 고유한 창 하나를 잃어버립니다. 오늘, 우리는 발트해 연안에서 천년을 버텨온 목소리를 만납니다. 폴란드 유일의 공식 지역 언어, 카슈브어입니다.

발트해가 간직한 천년의 기억

비스와 강과 오데르 강 사이, 발트해 남쪽 연안. 중세부터 이곳에는 슬라브의 한 갈래인 포메라니아인들이 살았습니다. 그들의 언어는 13세기부터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폴란드어와 다른 음운 변화, 독일어의 깊은 영향, 그리고 발트해 문화의 독특한 세계관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카슈브어가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카슈브 사람들에게 가혹했습니다. 스웨덴, 덴마크, 튜튼 기사단, 프랑스, 프로이센, 독일의 지배를 차례로 겪으며 카슈브어는 점점 더 사적인 영역으로 밀려났습니다. 집에서는 카슈브어, 교회에서는 폴란드어, 학교와 관청에서는 독일어를 써야 했던 삼중 언어 생활. 20세기 들어 공산주의 정권 시절에는 두 세대가 단절되며 언어 전승이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새로운 희망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2005년, 역사적인 순간이 왔습니다. 카슈브어가 폴란드에서 유일하게 공식 지역 언어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법적 지위의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카슈브 사람들의 정체성과 자긍심이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습니다.

 [19세기 포메라니아 지역의 카슈브 마을 풍경. 발트해 연안의 전통 목조 가옥들과 어부들의 삶, 그리고 전통 의상을 입은 카슈브 가족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모습. 배경에는 700개가 넘는 호수가 점재한 카슈브 호수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 따뜻한 황금빛 조명 속에서 카슈브 자수와 도자기 같은 전통 공예품들이 보입니다. 사진 다큐멘터리 스타일, 내셔널지오그래픽 민속지학적 스타일, 8K 해상도.]

침묵과 부활 사이에서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약 87,600명이 가정에서 카슈브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이는 2011년의 108,000명에서 감소한 수치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집에서 오직 카슈브어만 사용하는 사람이 1,700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카슈브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약 366,000명으로, 희망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UNESCO는 카슈브어를 ‘심각한 위기’ 상태로 분류합니다. 모든 카슈브어 화자는 폴란드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며, 젊은 세대는 카슈브어를 농촌의 언어,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의 언어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북부 방언과 남부 방언 화자가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언 차이도 큽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06년 설립된 카슈브어 위원회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400개 이상의 학교에서 약 17,000명의 학생이 카슈브어를 배우고 있으며, 그단스크 대학교에서는 카슈브어 교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지역 라디오와 TV에서 카슈브어 방송이 나가고, 온라인 사전과 새로운 문학 작품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언어로는 담을 수 없는 세계

카슈브어는 슬라브어 중에서도 독특한 음운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폴란드어보다 훨씬 많은 모음 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슬라브어에는 없는 소리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ã’는 비음화된 ‘a’, ‘ô’는 ‘y’와 비슷한 소리, ‘ù’는 ‘łu’와 ‘ły’ 사이의 중간음입니다.

독일어의 영향으로 카슈브어는 과거 시제를 만들 때 폴란드어와 달리 독일어처럼 조동사 “갖다”(jô mom)를 사용합니다. 또한 폴란드어는 대명사를 생략하지만, 카슈브어는 독일어처럼 항상 대명사를 명시합니다. 이는 발트해를 사이에 둔 게르만 문화와의 깊은 교류를 보여주는 언어적 증거입니다.

어휘의 5%가 고지독일어와 저지독일어에서 온 차용어입니다. 상업, 농업, 동물, 식물, 사냥, 가정생활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 독일어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대 슬라브어의 단어들이 폴란드어에서는 사라졌지만 카슈브어에는 여전히 살아 있어, 어떤 언어학자들은 “카슈브어가 폴란드어보다 오래되었다”고 농담하기도 합니다.

디지털로 만드는 영원한 기록

WIA는 단순히 번역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카슈브어의 모든 것을 디지털 형태로 영구 보존합니다. 19세기 민족주의자 플로리안 체이노바가 남긴 문법서부터, 20세기 초 알렉산데르 마이코프스키의 문학 작품들, 그리고 오늘날 400개 학교에서 사용되는 교재까지. 모든 자료를 하나의 디지털 아카이브로 통합합니다.

76개의 방언이 기록된 20세기 초 언어학자 프리드리히 로렌츠의 연구, 북부 방언과 남부 방언의 음성 차이, ‘ł’ 대신 ‘l’을 쓰는 북부 화자들의 독특한 발음. 이 모든 다양성을 음성 파일, 텍스트, 이미지로 보존하여 전 세계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만듭니다.

그단스크 대학의 연구자, 포메라니아 지역의 교사, 해외에 흩어진 카슈브 후손들, 그리고 언어를 사랑하는 전 세계 학습자들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만납니다. 카슈브어는 더 이상 발트해 연안의 작은 지역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게 됩니다.

 
[왼쪽/배경: 희미해져 가는 고대 카슈브어 문헌과 전통 자수 패턴, 세피아 톤의 역사적 사진들이 반투명하게 흐려지는 모습. 오른쪽/전경: 홀로그래픽 텍스트로 표시되는 카슈브어 문자 ‘Kaszëbsczi’, 디지털 아카이브 인터페이스의 음성 파형, 전 세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선들. 과거에서 미래로 연결되는 빛의 광선, 문화적 기억을 보존하는 디지털 입자들, 다양한 인종의 손들이 보존된 언어를 향해 뻗어 있는 모습. 희망적인 파란색, 청록색, 금색. 8K 해상도, 영화적 구도.]

발트해의 문화가 담긴 언어

카슈브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닙니다. 700개가 넘는 호수가 점재한 카슈브 호수 지역의 자연 철학, 발트해 어업의 지혜, 그리고 수세기 동안 이어진 자수와 도자기 전통이 모두 이 언어에 녹아 있습니다.

카슈브 자수는 생생한 색상과 복잡한 디자인으로 유명합니다. 각 무늬는 자연 세계의 요소들과 카슈브 삶을 상징합니다. 이 패턴들의 이름, 제작 방법,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모두 카슈브어로만 온전히 전달될 수 있습니다. 폴란드어로 번역하면 뉘앙스가 사라지고, 영어로 옮기면 문화적 맥락이 증발합니다.

1987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카슈브를 방문하여 “전통적 가치와 언어를 보존하라”고 호소했습니다. 카슈브어를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의사소통 수단을 잃는 것이 아닙니다. 천년의 문화적 지혜와 발트해 문명의 독특한 세계관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들어갈 내일

221일 후, 모든 언어가 디지털 아카이브로 보존될 때, 우리는 비로소 완전한 인류의 언어 지도를 갖게 됩니다. 카슈브어는 그 지도에서 빛나는 별자리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발트해 연안의 작은 언어가 아니라,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는 소중한 창 중 하나로.

그단스크의 학생이 조상의 언어를 배우고, 시카고의 카슈브 후손이 뿌리를 찾고, 서울의 언어학자가 슬라브어의 다양성을 연구할 때, 그들은 모두 같은 디지털 아카이브에서 만납니다. 시공을 초월한 언어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WIA의 약속입니다. 조용히 시작한 이 여정이 수백만 명의 가슴을 울리고, 영원한 변화를 만듭니다. 하루에 하나씩, 221개 언어의 목소리를 디지털로 영원히 보존합니다.

카슈브의 축복

“Niech wòlnë jezoro lëchô
W twòjim sercu na wiedno!”

[니에흐 볼네 예조로 리효
프 트보임 세르추 나 비에드노!]

“자유로운 호수의 메아리가
당신의 마음속에 영원히 울리기를!”

221개 언어, 221일의 여정.
오늘 카슈브어의 목소리가 당신의 마음에 울립니다.
발트해의 파도처럼, 천년을 이어온 그 노래가.

WIA와 함께, 모든 목소리는 영원합니다.

WIA Language Institute

221 Languages – Digital Preservation Project

Every voice is eternal | 모든 목소리는 영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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