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현장의 난청인 배려 – 함께 일하는 포용적 직장 만들기 | 코리안투데이
고용현장의 난청인 배려
함께 일하는 포용적 직장 만들기
📅 2025년 ✍️ 지승주 칼럼니스트 ⏱️ 12분 읽기
“회의 때 중요한 내용을 놓친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최근 입사한 김 대리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경미한 난청을 가진 그는 업무 능력은 뛰어나지만, 여러 사람이 동시에 발언하는 회의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팀장이 회의록 공유와 발언 순서 정리 등 간단한 배려를 제공하자, 그는 팀의 핵심 멤버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작은 배려가 한 사람의 직업 생활을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3.1%, 공공기관의 3.8%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단순히 고용 수치를 맞추는 것을 넘어 난청인들이 진정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고용현장에서 난청인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법적 기반: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 정책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근거하여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장애인에게 균등한 고용기회와 직업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고, 사업주에게는 장애인 고용 의무와 동시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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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민간기업 의무고용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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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공공기관 의무고용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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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고용의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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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고용 의무와 지원
고용 의무 대상
- 상시 50인 이상 고용 민간기업
-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 공공기관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미이행 시 제재
- 장애인고용부담금 납부 (월 최저임금 × 미고용 인원수)
- 고용 저조 기업 명단 공표
- 정부 입찰 참가 제한 등
![]() [코리안투데이] 102-1. 포용적 사무실 환경에서의 협업 © 지승주 기자 |
고용장려금: 기업의 적극적 고용 유도
장애인고용장려금 제도의 특징
장애인고용장려금은 의무고용률을 초과하여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입니다. 이는 단순히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려는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로, 난청인을 포함한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 장려금 지급 기준 (2025년 기준)
- 중증장애인: 월 60만원 (지원 기간: 무제한)
- 경증장애인: 월 30만원 (지원 기간: 무제한)
- 신규고용장려금: 추가 6개월간 월 40만원(중증), 월 20만원(경증)
- 지급 조건: 최저임금 이상 지급, 고용보험 가입 필수
보조공학기기 지원: 업무 효율성 극대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보조공학기기 지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난청인의 직업생활 안정을 위해 다양한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원 한도액은 일반 장애인 1,500만원, 중증장애인 2,000만원으로, 2년간의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최대 95%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 난청인을 위한 주요 보조공학기기
🎧 청각 보조기기
- FM 시스템
- 적외선 보청시스템
- 개인용 소리증폭기
- 진동 알림 시계
- 음성 증폭 전화기
💻 의사소통 지원
- 영상전화기
- 의사소통보조기기
- 음성-문자 변환 소프트웨어
- 실시간 자막 프로그램
- 화상회의 자막 시스템
📝 보조공학기기 신청 절차
- 1단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지역 사무소 상담 및 신청
- 2단계: 장애인 근로자의 업무환경 및 필요기기 평가
- 3단계: 지원 결정 및 기기 선정
- 4단계: 기기 구입 또는 제작, 설치
- 5단계: 사용법 교육 및 사후 관리
직장 내 합리적 편의 제공
미국 ADA에서 배우는 합리적 편의 제공
미국의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에서는 고용주가 자격을 갖춘 장애인에게 ‘합리적 편의(Reasonable Accommodations)’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장애인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이나 방법을 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난청인을 위한 합리적 편의 제공 사례
🏢 업무환경 개선
- 조용한 업무 공간 배정 또는 소음 차단 시설 설치
- 회의실 음향 시설 개선 및 FM시스템 구비
- 개인 사무실 또는 파티션이 있는 공간 제공
- 업무용 컴퓨터에 자막 및 음성 변환 소프트웨어 설치
📋 업무 방식 조정
- 구두 지시사항을 서면으로 병행 제공
- 회의록 작성 및 공유 의무화
- 화상회의 시 자막 기능 활용
- 전화업무를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대체
![]() [코리안투데이] 102-2. 다양한 보조공학기기가 설치된 현대적 사무실 © 지승주 기자 |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법정 의무교육의 중요성
2018년부터 월평균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연 1회, 1시간 이상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이 교육은 난청인을 포함한 장애인 직원들이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는 직장 문화를 조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은 모든 직장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야 할 과제입니다. 형식적이고 지루한 교육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식개선센터
📚 인식개선 교육 필수 내용
- 장애에 대한 이해: 장애의 다양성과 개인차 인정
- 인권과 차별금지: 직장 내 장애인 권리 보장
- 정당한 편의 제공: 구체적인 지원 방법과 사례
- 법과 제도: 장애인고용 관련 법령 이해
- 에티켓과 소통: 난청인과의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법
난청인 맞춤형 직장 환경 조성
회의 및 소통 환경 개선
🎯 회의 진행 개선
- 한 명씩 순서대로 발언
- 발언자 이름 먼저 소개
- 핵심 내용 화이트보드 기록
- 회의록 실시간 공유
- 중요 결정사항 문서화
💬 일상 소통 개선
- 얼굴을 보고 명확히 말하기
- 중요한 내용은 메신저로 재전달
- 손짓, 몸짓 적극 활용
-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 인내심 갖고 반복 설명
업무 배치와 역할 조정
난청인의 직무 배치 시에는 개인의 능력과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청력 손실이 있다고 해서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적절한 환경 조성과 지원이 제공된다면 어떤 분야에서든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 난청인에게 적합한 직무 영역
- IT 및 프로그래밍: 집중력과 논리적 사고가 중요한 분야
- 디자인 및 창작: 시각적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
- 연구 및 분석: 데이터 분석, 연구개발 등 전문 분야
- 회계 및 사무: 정확성과 체계성이 요구되는 업무
- 제조 및 기술: 기술적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
성공 사례: 포용적 기업 문화 만들기
🏆 A기업의 난청 직원 지원 사례
배경: IT기업 A사에서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을 가진 난청 직원 채용
초기 문제: 팀 미팅과 브레인스토밍 세션에서 소통 어려움
해결 방안:
- 회의실에 FM시스템 설치
- 화상회의 플랫폼의 자동 자막 기능 활용
- 브레인스토밍을 화이트보드 중심으로 진행
- 팀원 대상 인식개선 교육 실시
결과: 해당 직원이 팀 리더로 승진하여 핵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음
![]() [코리안투데이] 102-3.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하는 난청 직원 © 지승주 기자 |
기업이 얻는 실질적 이익
다양성이 가져오는 경쟁력
난청인을 포함한 장애인 고용은 단순한 사회적 책임을 넘어 기업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인력이 모였을 때 창의성과 혁신이 증대되며, 이는 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 기업이 얻는 구체적 이익
- 재정적 지원: 고용장려금 및 각종 지원금 수혜
- 인재 확보: 숨겨진 우수 인력 발굴 및 채용
- 조직 문화: 포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 조성
- 브랜드 가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제고
- 생산성 향상: 체계적 소통과 명확한 업무 프로세스 정착
- 법적 리스크 감소: 차별 관련 분쟁 예방 및 컴플라이언스 강화
실무진을 위한 체크리스트
📋 난청 직원 채용 시 준비사항
🔍 채용 전 준비
- □ 면접장 음향 환경 점검 및 개선
- □ 면접관 대상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실시
- □ 합리적 편의 제공 가능 범위 검토
- □ 보조공학기기 지원 절차 숙지
🏢 입사 후 지원
- □ 업무 공간 배치 및 환경 조성
- □ 필요 보조공학기기 신청 및 설치
- □ 팀원 대상 소통 방법 교육
- □ 업무 매뉴얼 및 가이드라인 제공
- □ 정기적 만족도 조사 및 피드백 수집
정책 제언과 미래 과제
현행 제도의 개선 방향
🎯 향후 개선이 필요한 영역
• 중등도 난청인에 대한 지원 기준 완화 및 확대
• 원격근무 환경에서의 보조공학기기 지원 체계 구축
• 직장 내 수어 통역 및 문자 통역 서비스 활성화
• 중소기업 대상 장애인 고용 지원 프로그램 강화
• 난청인 특화 직업훈련 프로그램 개발
실천 가이드: 오늘부터 시작하는 포용적 직장 만들기
🌟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
👥 관리자와 HR 담당자
- 난청 직원과의 정기적 개별 면담 진행하기
- 회의 진행 방식과 소통 규칙 점검 및 개선하기
- 보조공학기기 지원 신청 절차 간소화하기
- 성과 평가 시 장애 특성 고려한 기준 적용하기
👨💻 일반 직원
- 대화 시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명확하게 말하기
- 중요한 정보는 구두와 서면으로 중복 전달하기
- 회의 중 발언할 때 이름을 먼저 말하기
- 인내심을 갖고 필요시 반복 설명하기
- 장애인 동료의 의견과 제안에 적극적으로 경청하기
![]() [코리안투데이] 102-4. 협업하며 성과를 축하하는 다양한 직원들 – 포용, 화합의 직장 분위기 © 지승주 기자 |
마무리하며: 함께 성장하는 직장을 향해
고용현장에서의 난청인 배려는 일방적인 도움이 아닌 상호 성장의 기회입니다. 난청인들이 가진 집중력, 끈기, 그리고 다각적 사고는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하며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앞으로 원격근무와 디지털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서, 난청인들에게는 오히려 더 유리한 업무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화상회의의 자동 자막 기능, AI 기반 음성 인식 기술, 실시간 번역 서비스 등은 난청인과 비장애인 간의 소통 장벽을 더욱 낮춰줄 것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공공장소의 청각 접근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직장을 넘어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난청인들이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공공시설과 서비스의 접근성 개선 방안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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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주 센터장
스타키 보청기 종로센터 센터장
15년 경력의 청각학 전문가
장애인 고용 및 직업재활 컨설턴트
코리안투데이 건강칼럼 | 소리의 재발견 – 난청과 함께하는 건강한 삶
본 칼럼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개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청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시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나 청각 전문가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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