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 빌보드 글로벌 송 차트 6주 연속…AAA 대상까지 ‘두 봉우리’에 오른 4세대

 

르세라핌(LE SSERAFIM)이 이제 K-팝의 현재미래를 동시에 상징하는 이름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발표한 미니 4집 타이틀곡이 미국 빌보드 메인 글로벌 차트에 6주 연속 진입하며 롱런을 입증한 데 이어,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2025’(Asia Artist Awards 2025, 이하 AAA)에서 대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쪽에서는 차트가, 다른 한쪽에서는 시상식이 이 팀을 향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르세라핌은 더 이상 떠오르는 팀이 아니라, 이미 동시대 걸그룹을 가늠하는 기준점으로 자리잡았다.

 

 [코리안투데이르세라핌(김채원사쿠라허윤진카즈하홍은채)의 2025 르세라핌 월드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 인천 공연 모습 (사진제공: .k-ennews) ⓒ 박찬두 기자

 

이번 미니 4집 타이틀곡은 빌보드 글로벌 송 200(Billboard Global 200)’글로벌(미국 제외)(Global Excl. U.S.)’ 차트에 나란히 6주 연속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송 200’은 전 세계 20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서 발생한 스트리밍과 디지털 판매량(유료 다운로드, 온라인 구매)을 합산해 집계하는, 글로벌 음악 소비의 대략적인 지도를 보여주는 차트다.

 

이곳에 일시적으로 찍고 가는것이 아니라 6주간 연속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것은, 특정 주의 화력이나 팬덤 이벤트를 넘어 곡 자체가 꾸준히 선택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르세라핌의 성과를 설명하는 단어는 반짝이 아니라, 명백히 지속에 가깝다.

 

초반의 반응도 거칠 것이 없었다. 곡은 발매 직후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에 자연스럽게 안착했고, 뮤직비디오는 공개와 동시에 수천만 뷰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이들의 지금을 말해주는 것은 오히려 그 이후의 시간이다.

 

스포티파이, 빌보드 글로벌 차트, 유튜브 조회수라는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의 수치들이 동시에 상승 곡선을 그린다는 사실은, 이 곡이 특정 지역에 편중된 인기가 아니라 다국적·다언어권 청중에게 고르게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팬덤의 응집력이 확보해 준 초반 탄력이 어느 순간부터는 대중의 자연스러운 선택과 섞이기 시작한 지점, 그 경계 위에 이 곡이 놓여 있다.

 

AAA 대상 수상은 이 같은 흐름을 시각적인 장면으로 응축해 보여준다. 지난 12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2025’에서 르세라핌은 최고 영예인 대상을 품에 안았다. 음악과 연예 전반을 포괄하는 AAA, 아시아 대중문화의 현재를 가늠하는 큰 축 중 하나로 기능한다.

 

이 무대에서의 대상은 단지 연말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동시대를 대표하는 이름에게 주어지는 표식에 가깝다. 4세대 걸그룹 간 경쟁 구도가 여전히 치열한 가운데, 르세라핌이 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K-팝을 대표하는 팀 중 하나로 공식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수상 직후 멤버들은 팬클럽 피어나(FEARNOT)’를 또렷하게 호명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무대 위에서 고난도 안무와 흔들림 없는 라이브로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던 이들은, 수상 소감에서는 예상외로 담백하고 낮은 톤의 언어를 택했다. 카리스마와 겸손함이 교차하는 이 대비는 팀의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단순히 잘 춤추고 잘 부르는 그룹을 넘어, 자신들을 일으켜 세운 팬덤과 관계성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팀, 서사를 가진 팀으로 기억되게 하는 순간이다.

 

해외 언론은 이러한 행보를 자기 확신이라는 단어로 요약한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르세라핌의 성공 요인으로 자기 확신(Self-assurance)’을 꼽으며, 데뷔 초부터 이어져 온 팀의 메시지에 주목했다. “세상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이들의 서사는 슬로건 수준에서 소비되지 않았다. 음원 콘셉트, 안무의 분위기, 스타일링, 뮤직비디오의 연출, 심지어 인터뷰에서의 어조까지, 팀은 이 메시지를 집요하리만큼 다양한 형식 안에 반복적으로 새겨왔다.

 

<포브스>는 이러한 일관성이 전 세계 젊은 세대에게 일종의 거울이자 동력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한다. 곡은 그래서 단지 좋아서 듣는 음악을 넘어, “그렇게 살고 싶어서 듣는 음악이라는 차원으로 확장된다.

 

국내 음악 평론가들의 평가는 보다 기술적이고 구체적이다. 이들은 르세라핌을 기획 단계부터 완성형 퍼포먼스 그룹을 지향한 팀이라고 규정한다. 데뷔 이후 차근차근 성장하는 성장 서사보다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실력과 콘셉트 완성도를 갖춘 상태에서 등장한 팀이라는 의미다.

 

멤버 개개인의 음색과 춤선, 라이브 실력, 복잡한 동선을 요구하는 고난도 안무, 팀의 서사가 서로 맞물리도록 설계된 점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특히 라이브를 유지한 채로 강도의 높은 안무를 소화하는 능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르세라핌의 경쟁력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다.

 

이들의 무대는 보는 재미를 극대화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무와 개인 파트의 균형, 카메라 워크와 조명 변화에 맞춰 설계된 포인트 안무, 각 멤버의 표정 연기와 제스처가 하나의 장면처럼 맞물리면서, 공연은 짧지만 밀도 높은 서사로 완성된다.

 

그러나 화려한 장면만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설 수는 없다. 그 화려함을 지탱하는 힘은 결국 음악 그 자체다. 르세라핌은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세련된 사운드 위에 두려움 없음이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덧입힌다. 같은 메시지가 여러 곡에서 변주될 때,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팀의 정체성을 굳히는 서사적 후렴이 된다.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북미로 향한다. 르세라핌은 이번 빌보드 글로벌 차트 성과와 AAA 대상 수상을 디딤돌 삼아, 내년 상반기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이미 미국 최대 규모의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다.

 

코첼라는 단순한 페스티벌이 아니라, 전 세계 음악 산업이 새 흐름과 취향을 엿보는 일종의 쇼윈도이자 실험실 같은 공간이다. 이 무대에서 선보인 퍼포먼스는 북미 관객에게 르세라핌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동시에, 이후 활동을 위한 신뢰 자산으로 축적되었다.

 

소속사는 내년 중 대규모 월드투어를 준비 중이다. 아시아와 북미를 포함한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팬들을 직접 만날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고, 업계 안팎에서는 이 투어를 기점으로 르세라핌의 글로벌 팬층이 질적·양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르세라핌이 블랙핑크 이후, 혹은 그와 나란히 언급될 수 있는 차세대 글로벌 K-팝 걸그룹 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본다. K-팝 걸그룹의 계보는 이제 단 한 팀의 이름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궤적 위에 르세라핌이라는 이름이, 자기 확신과 퍼포먼스, 그리고 꾸준한 기록이라는 세 축으로 또렷이 새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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