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은 호텔에서만? 마포구청 야외 결혼식, 로맨스는 공공장소에서 피어난다

 

서울 마포구청 2층, ‘햇빛광장’에서 이색적인 결혼식이 열렸다. 4월 27일 토요일, 따사로운 햇살과 봄바람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어느 때보다 낭만적인 웨딩홀로 탈바꿈했다. 이 결혼식은 단순한 한 쌍의 혼례를 넘어, 공공청사 공간이 어떻게 지역 주민의 삶에 밀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이벤트였다. 신랑 신부는 자연광이 가득한 청사 2층에서 예식을 올리고, 구청사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피로연을 이어가며 행정기관의 문턱을 허물었다.

 

이번 야외 결혼식은 마포구의 공공시설 대관사업 일환으로 추진됐다. ‘구청이 주민 삶의 한가운데로 다가간다’는 박강수 마포구청장의 행정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행사였다. 평소 공적인 업무만 이루어지던 구청 공간이 한 쌍의 인생의 출발점이 되자, 현장을 찾은 하객들은 물론 구민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행정지원과 및 청사관리팀이 전사적으로 나서며, 예식의 품격과 진행의 완성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코리안투데이] 2층 야외결혼식 사진 © 송현주 기자

결혼식이 진행된 햇빛광장은 이름 그대로 자연광이 가득해 인공 조명 없이도 빛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곳에서 신랑 신부는 가족과 지인들의 축복 속에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맞이했다. 예식 이후 이어진 피로연은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펼쳐졌다. 평소 구민들과 공무원들의 식사 공간이 이날만큼은 축복과 웃음으로 가득한 작은 연회장이 됐다.

 

이번 행사는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마포구는 이를 계기로 「서울특별시 마포구청사 시설물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정비하고, 체계적인 대관 시스템을 구축해 더 많은 주민들이 다양한 목적에 따라 청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공공청사는 행정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문화 행사, 세미나, 커뮤니티 활동 등 지역사회와 밀접한 공간으로 재정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청사 시설물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은 마포구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거나, 마포구 소재 단체, 또는 구청장이 사용을 허가한 이들이다. 신청 관련 자세한 내용은 마포구청 행정지원과로 문의 가능하다. 박강수 구청장은 “공공시설 개방은 행정이 주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구청사 내 공공시설을 적극 개방해 더 많은 주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혼식 외에도, 마포구는 다양한 가족 친화적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민원여권과 앞에 설치된 혼인신고 기념 포토존은 신혼부부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또한 햇빛광장과 연결된 통로 끝에는 임신·출산·산후조리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햇빛센터’가 자리해 있다. 이처럼 마포구청 2층은 결혼에서 출산까지 가족의 시작을 함께 축하하고 지원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마포구청이 보여준 이번 ‘결혼식 실험’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공공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결혼식장이 부족하거나, 뜻깊은 장소에서 소박한 결혼식을 원하는 예비 부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공공시설이 단순한 건물을 넘어, 주민 삶과 연결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혼식은 지역 행정의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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